“우리 헤어지자.” “그래.” “지금 그래라고 한 거야? 진짜 헤어지자는 거야?” “네가 헤어지자며 그럼 헤어져야지.”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짓는 여자의 손이 내 뺨에 닿았다. 아주 크게 난 짝 소리와 소리에 비례하는 듯 왼쪽 볼이 불에 덴 듯이 얼얼했다. 저 가는 몸에서 이런 힘은 어떻게 나오는 걸까? 우리에게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았던 카페 안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쪽팔리게. 주목받는 것도 창피한데 여자한테 뺨 맞는 거로 주목받으니까 어디론가 숨고 싶을 만큼 쪽팔렸다. 처음에는 얼얼했는데 지금은 볼이 찢어질 듯이 아프다. 차가운 손으로 뺨을 식혀주고 싶었지만 찌질하게 아픈 걸 티 내며 뺨을 잡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몰린 지금은 특히 더. “너 나 좋아하기는 했니? 항..
첫 만남부터 이상했지만 그렇게 나쁜 관계는 아니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오히려 우호적인 관계였다. 쿠로는 켄마에게 관심과 호감은 있었지만 켄마를 둘러싼 소문을 몰랐고 알려 하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과는 달리 켄마를 편견 없이 봐준 유일한 사람이 쿠로였다. 켄마도 그런 쿠로에게 마음을 열었고 처음으로 연애라는 걸 시작했다. 대부분의 대화는 휴대폰으로, 쿠로와 만나는 건 도시 외곽의 인적이 드문 카페에서 혹은 켄마의 집에서, 학교에서는 최대한 마주치지 않도록, 학교에서 만나더라도 일이 있다며 피하던가 쿠로의 목소리만 들려도 자리를 피했다. 원래 급식실을 사용하지 않고 매점을 사용하는 편이었지만 나가서 마주치는 건 좋지 않다는 판단하에 점심시간에는 점심도 먹지 않고 교실 안에 틀어박혀 그동안 나눴던 문자들을 ..
머리를 다 말린 듯 남자는 드라이기를 책상에 내려놨고 거울을 통해 보이는 켄마의 머리를 손으로 빗어 정리를 해주었다. 바짝 마른 머리카락이 목덜미에서 기분 좋게 살랑거리며 쿠로의 손가락 사이에서 흩날렸다. 잡힌 머릿결에서는 남자와 같은 향이 났고, 교복을 뚫고 나온 체향에는 남자가 몇 년간 써온 바디워시의 향이 묻어나고 있었다. 뭐라 정의할 수 없는 감정에 한순간 얼굴이 붉어진 남자는 혹시라도 켄마가 그 모습을 봤을까 민망해져 손으로 켄마의 머리를 흩트렸다. 헝클어진 머리가 시야를 가려서 였을까 켄마는 남자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고 그저 거울을 보고 머리를 뒤로 쓸어내릴 뿐이었다. 화제를 돌리기 위해 조금 상기된 목소리를 가다듬고 남자는 입을 뗐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도 안 물어봤네. 이름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