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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켄]

[쿠로켄/섹피AU]개새끼(3)

해융 2016. 8. 18. 13:36

머리를 다 말린 듯 남자는 드라이기를 책상에 내려놨고 거울을 통해 보이는 켄마의 머리를 손으로 빗어 정리를 해주었다. 바짝 마른 머리카락이 목덜미에서 기분 좋게 살랑거리며 쿠로의 손가락 사이에서 흩날렸다. 잡힌 머릿결에서는 남자와 같은 향이 났고, 교복을 뚫고 나온 체향에는 남자가 몇 년간 써온 바디워시의 향이 묻어나고 있었다. 뭐라 정의할 수 없는 감정에 한순간 얼굴이 붉어진 남자는 혹시라도 켄마가 그 모습을 봤을까 민망해져 손으로 켄마의 머리를 흩트렸다. 헝클어진 머리가 시야를 가려서 였을까 켄마는 남자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고 그저 거울을 보고 머리를 뒤로 쓸어내릴 뿐이었다. 화제를 돌리기 위해 조금 상기된 목소리를 가다듬고 남자는 입을 뗐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도 안 물어봤네. 이름이 뭐야?”

 

, 아니 켄마요!”

 

코즈메라는 성을 알려주면 남자는 켄마가 학교에서 몸을 파는 소문의 주인공이라는 걸 눈치챌지도 몰랐다. 네코마에 다니는 귀가 멀정한 학생이라면 거의 하루에 한 번씩은 자의든 타의든 듣게 되는 코즈메라는 이름에 대해, 자신에 대해 알게 분명했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고 불러주지 않는 켄마라는 이름을 남자에게 알려줬다. 남자가 자신의 소문을 몰랐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한편으로는 있었지만 남자가 성이 아닌 이름을 불러줬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다.

 

켄마? 이름이야?”

 

.”

 

켄마의 이름을 한번 낮게 중얼거리고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쿠로오 테츠로. 그게 내 이름이야. 이름으로 불러도 상관없고. 편할 대로 불러.”

 

쿠로상?”

 

성의 끝을 제대로 못 들은 듯 켄마는 남자를 향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름을 확인했고, 그 모습을 본 남자의 귀는 붉게 물들었다. 처음 봤을 땐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경계심 많은 고양이 같았는데 지금은 그냥 돌아온 주인한테 애교 부리는 고양이 같았다.

 

쿠로오인데... 쿠로도 나쁘지 않네. 그럼 그렇게 불러.”

 

쿠로는 켄마가 입고 있었던 유니폼과 세면도구 등을 라커룸에 정리하고 검은색 티와 빨간색 저지를 꺼낸 뒤 문을 닫았다. 쿠로가 윗옷을 입는 사이 켄마도 머리를 정돈하고 가방을 멨다. 왠지 쿠로와 함께 나가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옷 입는 걸 기다렸다. 등을 돌리고 갈아입어서 뒷모습이 보였는데 골반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바지 위로 살짝 드러난 드로즈 밴딩 부분과 옷을 입는 단순한 행위를 하면서도 꿈틀대는 등 근육이 섹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태껏 많은 남자들의 몸을 봤지만 그중에서 가장 취향에 가까운 근육이었다. 나름대로의 직업병인 건지 남자의 몸에 등급을 매기곤 했는데 쿠로의 몸은 S였다. 저런 몸이랑 하는 거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등 근육이 옷에 덮여 시야에서 사라지는 게 아쉬웠다. 문을 열고 탈의실을 나가는 쿠로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정문까지 소소한 이야기를 하며 별을 보며 걸었고, 정문에 다다랐을 때 방향이 반대라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짧은 만남을 끝내야 했다. 첫 만남은 별로였어도 머리를 말려주는 감촉과 바로 등 뒤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사람의 체온, 귓가에서 울리는 낮은 목소리, 목가를 간지럽히는 웃음소리, 소소한 일상 이야기... 다 처음 겪는 것들 투성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럼 내일 연습 때 보자.”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쿠로의 입에서 튀어나왔고 머리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분명 새로 들어온 일학년이라고 했는데 내일 연습시간에 없으면 이상하게 생각할게 뻔했다. 어떻게 대꾸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부모님께서 부 활동 하는 걸 안 좋아하셔서 오늘 퇴부 신청하고 오는 길이었어요.. 유니폼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번 입어봤던 거예요.”

 

부 활동을 하든 학교를 가든 신경 쓰는 부모도 없었고, 유니폼을 입은 이유도 그런 이유여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은 변명이었다. 짧은 순간에 그럴싸한 변명을 떠올려낸 자신의 머리가 기특했다. 쿠로도 믿는 눈치인 건지 아쉽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고 켄마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를 해줬다.

 

나도 부모님이 반대하셨지만 배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틴 거야. 너도 잠깐의 반대 때문에 배구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포기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켄마는 단 한 번도 배구를 해본 적이 없었고 배구 경기를 즐겨보는 편도 아닐뿐더러 배구공도 중학교 때 몇 번 피구를 했을 때 만져본 게 전부였다. 근데 그런 켄마한테 진지하게 배구를 포지하지 말라는 쿠로의 말은 굉장히 우스웠다. 속으로 헛웃음이 나왔지만 자신이 내뱉은 말이 있었기 때문에 켄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어차피 다시는 만날 일이 없는 사람이다. 조금은 솔직해져도 될 거 같았다.

 

오늘 고마웠습니다.”

 

? 뭐가?”

 

그냥요. 하고 웃고 넘어갔지만 쿠로와 있었던 짧은 시간은 그날 전으로 켄마를 데려다주었다. 소소하게 정상적인 주제로 대화하고, 작은 장난을 치며 학교 안을 걷고, 혹시 감기에 걸릴까 봐 머리를 말려주고,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를 받고... 마치 그 사건이 없었던 것 같이 착각을 할 수 있게 해주었고, 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거 같았다. 절대 청산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용기를.

 

가만히 서서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 크던 키가 점점 작아지고 사람들 사이에 묻힌다. 시야에서 쿠로가 사라지자 켄마는 그제야 발을 뗐다. 반대 방향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같은 방향이었다. 일반 사람 같은 평범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이 이상 가까워지면 안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거짓말을 했다. 몇 발자국 걸었을까 핸드폰이 진동이 주머니 속에서 느껴진다. 한두 번 무시했지만 끊임없이 울리는 핸드폰에 짜증이나 확인한 액정에는 배구라고 적혀있다. 아마 탈의실에 켄마가 없어서 전화를 하는 걸 거다. 전화를 받아 지금 가겠다고 말을 한 뒤 전화를 끊었다.

 

꿈에서 벗어나 다시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

 

 

나보고 지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 애를 낳으라고? 네가 진짜 미쳤구나!”

 

. 계약서 안 읽었어요? , 선배 한자 잘 못 읽었죠. 그냥 설명만 듣고 지장 찍었나 봐요?”

 

켄마가 한자에 약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계약서도 최대한 한자로 작성하라고 지시해뒀었다. 혐오가 숨김없이 드러나는 표정을 마주하니 기분이 엿 같았다. 이런 표정을 보자고 몇 년간 켄마의 그림자를 쫓았던 게 아니다. 그날 왜 그런 일을 한 건지 대답을 듣기 위해서였다. 상상 속에서 몇 천 번도 넘게 켄마의 가슴에 칼을 꽂았다. 처음 상상으로 켄마를 죽일 때는 그날의 설욕을 씻어내듯 상쾌한 기분이었다. 수십 번 켄마의 가슴에 칼을 꽂고, 목에 칼을 꽂고, 켄마를 향해 총을 겨누고.... 그렇게 구차한 상상으로 금이 간 자존심에 풀칠을 하고 난 다음에 남은 것은 공허함과 자괴감. 그리고 외로움이었다.

 

만나면 죽여버릴 거라고 수천 번을 되뇌다가도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빌어먹게도 켄마의 입장에서 자신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찾았다. 죽일 듯이 밉다가도 죽도록 보고 싶었다. 그렇게 미친 사람처럼 켄마를 찾아다녔다. 도쿄든 어디든 미친 듯이 찾아다녔다. 한 번도 굽혀본 적이 없는 무릎을, 켄마를 찾기 위해서 아버지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무릎을 꿇었다.

 

한 번만 도와달라고. 제발 한 번만 도와달라고. 켄마를 찾을 수 있게...

 

그렇게 아버지의 사람을 풀었고 한 달 만에 켄마를 찾았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 졸업을 하고서도 여전히 몸을 팔았는지 그 바닥에서는 유명하다고 했다. 10만 엔만 주면 다리를 벌리는 코즈메. 그게 켄마를 따라다니는 설명이었다. 바로 찾아가서 목을 졸라버리고 싶었지만 참고 지켜봤다. 자신을 떠나 힘들게 사는 켄마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켄마가 떠나고 매일매일 지옥 속에서 살아왔던 쿠로에게 자신을 기만한 켄마가 철저히 망가지는 것보다 더 큰 보상은 없었다. 켄마 주변을 조사하다가 켄마앞으로 최근 상속된 빚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빚은 2억 엔이었고, 같이 상속되는 작은 집이 있다고 들었다. 시골에 위치한 집이 같이 상속된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었지만 예전에 켄마가 말했던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빚을 인수했다. 아무리 몸을 팔았다고는 해도 2억 엔이라는 큰돈을 갑자기 마련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켄마는 빚의 변제 기간을 늘리기 위해 회사로 찾아왔고, 기간을 늘릴 수 없자 집을 찾기 위해 켄마는 자신의 몸을 팔았다.

 

쿠로는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커프스와 시계를 풀었다.

 

뭐 하는 거야? 진짜 하겠다고? 미친 거야? 못 본 사이 정말 미쳐버린 거냐고!”

 

알몸이라는 것도 잊은 건지 켄마는 쿠로의 팔을 잡고 매달리며 악을 썼다. 힘이 잔뜩 들어가 팔을 놓지 않는 켄마를 떼어내 침대로 쓰러트리고 넥타이를 풀어 켄마의 두 손을 묶었다. 더 이상의 반항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풀리지 않게 단단히 매듭을 묶었다.

 

계약서 지장 찍었다면서요. 먼저 팔겠다고 말해놓고 이렇게 나오면 안 되죠. 임신할 때까지 섹스 거부하면 계약 위반이에요.”

 

손이 묶이자 발로 쿠로를 차며 반항하는 켄마의 두 다리를 잡았다. 다리가 잡히자 몸을 흔들며 저항했다. 다리까지는 묶을 생각이 없었지만 얌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다리도 묶어야 했다. 검은색 가죽 벨트를 풀어 켄마의 발목을 묶고 손으로는 몸을 짓눌렀다.

 

너 같은 새끼한테는 안 파니까 꺼져. 계약 무효야. 네 애를 낳으라고? 차라리 날 죽여.”

 

쿠로의 얼굴에 침을 뱉고 한쪽 입꼬리만 올린 채 오만하게 비웃었다. 오만하게 올려다보는 표정은 여왕의 그것과도 같았다. 볼에 묻은 침을 닦아내고 놓으라고 발악하는 입을 틀어막았다. 손 사이로 악에 받힌 비명소리가 새어 나왔다. 숨조차 쉴 수 없도록 단단히 입을 틀어막던 손을 거두는 순간 귀를 찌르는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두 손으로 진심을 다해 켄마의 가는 목을 잡았다. 손아귀에 힘을 주고 켄마의 목을 눌렀다.

 

죽이라고? 몇백 번, 아니 수천 번 너를 죽이는 걸 상상했어. 지금도 죽여버리고 싶지만.”

 

공기가 차단되어 눈이 충혈되고 목주변의 혈관이 튀어나왔다. 잡힌 목주변은 핏기가 가셔 시체처럼 색이 없었고, 얼굴도 점점 창백해져갔다. 충혈된 눈에는 눈물이 고이고 양옆으로 떨어져 시트에 얼룩을 남겼다.

 

이렇게 쉽게 죽이면 재미없지. 넌 평생 내 옆에서 괴로워해야 돼. 죄책감을 느끼며, 과거를 후회하며, 하루하루를 나한테 목숨을 구걸하며. 넌 그렇게 살아야 해.”

 

잡았던 손을 놓는 순간 캑캑거리며 결핍되었던 공기를 폐 속으로 욱여넣는다.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듯 가슴이 한껏 부풀었다가 작아진다. 몸을 떨며 숨을 내쉬는 켄마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누워있는 상태에서는 호흡이 불편한지 묶인 몸으로 간신히 상체를 일으켜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댄다. 불규칙하고 거친 숨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고 쿠로는 켄마를 잡아당겨 무자비한 삽입을 강행했다. 아까 했던 자위 덕에 조금 풀어져있었지만 쿠로를 견디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구멍이 찢어지고 피가 흐르며 한순간에 관통해 들어오는 기둥으로 인해 켄마는 숨을 멈췄다. 자비 없이 움직이는 몸에 호흡은 더 거칠어졌고 몸은 사정없이 흔들렸다. 산소가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아 머리가 아팠고 무거웠다. 제 의지대로 몸이 가눠지지 않았다. 찢어진 살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윤활제 역할을 할 만큼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사정없이 밀어올리는 페이스에 허리는 끊어질 듯 아팠다. 절정에 이른 듯 쿠로의 행동이 멈췄고 성기가 빠져나갔다. 이 짐승 같은 성교에서 희망을 찾자면 쿠로가 체내 사정을 했다는 점이었다. 빨리 임신하고 이 집을 나가고 싶었다.

 

임신하면 보내줄게. 근데 넌 임신 못 해. 내가 안 시킬 거거든.” 

 

쿠로는 정액이 가득 찬 콘돔을 성기에서 빼내어 켄마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충격으로 눈이 커진 켄마의 입을 열어 혀를 잡아 뺐다. 새빨간 요염한 혀가 자취를 드러냈다. 말캉한 혀의 촉감이 손에 느껴졌다. 콘돔을 혀 위로 기울이고 조금씩 정액을 흘려보냈다. 혀를 타고 비릿한 정액이 아무런 저항 없이 목 안으로 들어간다. 고통스러운 듯 몸을 움직였지만 쿠로는 혀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넌 임신 못해. 애도 못 낳을 거고. 나한테서 벗어나지도 못해.”

 

나랑 함께 평생 이 지옥에서 살아야 돼. 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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