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내 앞에 앉아있는 학생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바보같이 반문했다. 벗으라고? 뭐를? 목적어가 제대로 들어있지 않은 문장은 뜻을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간단한 세 글자였음에도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뭘 벗으라는 거지? 내가 더워 보였나? “그 옷, 벗으라고요.” 코즈메는 긴 검지를 뻗어 내가 입고 있는 양복을 가리켰다. 4월 말인데도 불구하고 양복을 재킷에 넥타이까지 맨 내 모습은 솔직히 더워 보이기는 했다. 실제로도 더웠고. 학생에게 도둑질을 들켰다는 창피함과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져있었고, 혹여라도 학교에 신고할까 봐 긴장돼 땀까지 나고 있었으니 더워 보였을 거다. 선생의 컨디션까지 신경써주고 보기와는 다르게 코즈메는 꽤 친절한 학생 같았다. 잘만 말하면 동영상도 지울 수 있을 거..
"여기는 도쿄대 체육교육과에 재학 중인 쿠로오 테츠로라고 한다. 우리 네코마 고교를 졸업한 너네 선배니까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고, 교생 선생님이자 선배님이니까 말 잘 듣도록. 테츠로 선생님. 간단하게 자기소개랑 앞으로 조회 부탁드립니다. 아, 1교시 수업도 지도 부탁드립니다.” 이 말을 끝으로 담임선생님이 나가고 반을 한번 훑어봤다. 파릇파릇한 아이들을 보니 나도 다시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 거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한번 숨을 들이쉬고 일주일 전부터 준비한 자기소개를 하기 위해 입을 뗐다. “네. 처음 뵙겠습니다. 쿠로오 테츠로라고 합니다. 교생실습을 모교로 나오게 되어 좋은데요. 남학생들은 저를 쿠로오선생님이라고 부르면 되고 우리 여학생들은 테츠로씨~♥라고 부르셔도 무관합니다." 나의 능글거리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