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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헤어지자.”

 

그래.”

 

지금 그래라고 한 거야? 진짜 헤어지자는 거야?”

 

네가 헤어지자며 그럼 헤어져야지.”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짓는 여자의 손이 내 뺨에 닿았다. 아주 크게 난 짝 소리와 소리에 비례하는 듯 왼쪽 볼이 불에 덴 듯이 얼얼했다. 저 가는 몸에서 이런 힘은 어떻게 나오는 걸까? 우리에게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았던 카페 안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쪽팔리게. 주목받는 것도 창피한데 여자한테 뺨 맞는 거로 주목받으니까 어디론가 숨고 싶을 만큼 쪽팔렸다. 처음에는 얼얼했는데 지금은 볼이 찢어질 듯이 아프다. 차가운 손으로 뺨을 식혀주고 싶었지만 찌질하게 아픈 걸 티 내며 뺨을 잡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몰린 지금은 특히 더.

 

너 나 좋아하기는 했니? 항상 내 전화는 안 받고,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잠깐 보고 끝. 학교 끝나고 데이트하자고 하면 바쁘다고 사라지고. 넌 나 안 좋아했어.”

 

사람들의 귀가 다 이쪽으로 쏠려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남자들은 힐끔힐끔 쳐다보는데 여자들끼리 온 테이블은 대놓고 우리를 구경했다. 눈들에는 호기심이 가득했고 이다음에 우리가 어떤 액션을 취할지 궁금해 보였다.

 

좋아했어. 지금도 좋아해.”

 

최대한 그들에게 들리지 않게 목소리를 억눌러서 대꾸했다. 그러나 이런 내 노력은 내 앞에서 화를 내는 여자에게는 전달이 되지 않았다. 아까보다 더 격양된 목소리로 여자는 말했다. 목소리가 커질수록 우리를 쫓는 시선들은 늘어났다.

 

웃기지 마. 넌 나 안 좋아해. 그냥 옆에 둘 여자친구가 필요했던 거야. 심심할 때 부르고 외로울 때같이 있어줄 그런 여자친구. 다시는 연락하지 마.”

 

여자는 그렇게 일어나 카페 안을 빠져나갔고 나는 남아서 여유로운 척, 개의치 않는 척 앉아서 남은 커피를 모조리 마시고 일어났다. 밖에 나와 집으로 걸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했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닫는 순간 지금까지 참아왔던 게 무너져 내렸다.

 

씨발.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차였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하고 분했다. 살면서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던 뺨을 오늘 처음으로 맞았다. 처음 사귄 여자친구였다. 여자를 많이 만나봤을 것처럼 생겼다고 하는데 17살까지 단 한 번도 연애라는 걸 해본 적도 없었고 여자 형제가 없었고, 어렸을 때부터 배구를 해왔던 터라 엄마와 선생님 이외의 여자와는 문장으로 말을 섞어본 적도 없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발렌타인데이 때 엄마와 우정 초콜릿을 제외한 진짜 초콜릿을 처음 받았고 고백을 받았다. 뛸 듯이 기뻤지만 인터넷에서 너무 모태솔로인 티를 내면 여자들이 매력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해서 고백받고 제대로 좋아하는 티도 내지 않았고 답장도 단답으로, 문자는 바로 확인했지만 일부러 10분 정도 있다가 답장을 보냈다. 그렇게 나름 연애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차였네.”

 

교복 안쪽 주머니에서 찌그러진 상자를 꺼냈다. 상자 안에 들어있는 반지 두 개를 꺼내 던졌다. 두 달 전 데이트를 하다가 가게 앞에 진열된 커플링을 보고 갖고 싶다고 해서 두 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부 활동이 끝나면 바로 호프집으로 가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원래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했으나 미성년이라면서 거절당했다. 그래서 나이를 속이고 호프집에서 서빙 알바를 했는데 배구를 하고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알바를 하려니 죽을 것 같았다. 그래도 기뻐할 그녀를 생각하며 악착같이 일했는데

 

나쁜 년.”

 

사실 헤어질 건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일주일 전 아르바이트 가는 길에 다른 남자와 손잡고 있던 그녀를 봤으니까. 이주 전부터 문자가 오는 횟수도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한 통도 오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오늘 만나서 그래야 했던 이유를 설명하고 사과한 뒤 손에 반지를 끼워주면 용서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표정, 의자에 앉는 자세에서 알았다. 그녀는 정말 오늘 헤어지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을 거 같아 그냥 헤어지자는 그녀의 말에 그러자고 했다. 그랬더니 뺨도 맞고.. 난 네가 바람피운 거도 문제 삼지 않았는데.

 

반짝이는 커플링 두 개가 바닥에 굴러다닌다. 꽤 비싼 건데. 실연의 슬픔과 분노가 진정되자 현실적인 게 눈에 들어왔다. 두 달 동안 개처럼 일해서 간신히 산 커플링이었다. 다시 팔아서 스포츠 백을 하나 장만할까 생각이 들어 다시 구겨진 상자에 넣었다. 계속 현관에 쭈그려 앉아있는 것도 그래서 일어서서 신발을 벗었다. 가방을 방에 던져두고 책상 위에 박스를 던지듯 올려두고 물을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향하는 순간 벨 소리가 들렸다.

 

부모님은 부부동반으로 오사카로 여행을 가셔서 지금 집에 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혹시 그녀일까 하는 희망에 옷 매무새를 정돈하고 현관 문을 여는데 밖에는 그녀는커녕 아무도 없었다. 뭐지 싶어 문을 닫으려는데 교복 니트 조끼가 당겨지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내려 밑을 보니 앞집 코즈메씨네 꼬맹이가 작은 손으로 내 교복을 잡고 있었다. 이름이 켄마였던거 같다.

 

네가 눌렀니?”

 

쭈그려 앉아 켄마와 눈을 마주치고 물으니 켄마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햐얀 피부에 아직 아기라 그런지 젖살이 오른 켄마는 여느 아이들같이 귀여웠다.

 

집이랑 착각한 거야?”

 

바로 맞은편에 자기 집을 놔두고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른 게 이상했다. 아이라 착각한 건가? 물음에 켄마는 좌우로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서 두 손으로 움켜잡은 니트를 더 세게 잡는다.

 

화장실.”

 

?”

 

화장실 가고 싶어.”

 

참으려는 듯 다리를 엑스 자로 꼬며 교복을 더 바짝 잡는다. 왜 자기 집을 앞에 두고 남의 집 앞에서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꽤 급해 보였다. 급함의 정도를 알려주듯 켄마는 안절부절하며 교복을 잡아당겼다. 앙다문 입과 눈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금방이라도 엉엉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이 켄마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그래도 화장실 밖에서 실례를 하고 싶지는 않은 건지 참느라 몸은 작게 떨렸다. 상황 판단을 끝내고 켄마를 번쩍 들어 올려 빠르게 화장실로 향했다. 하지만 상황 판단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은걸까. 화장실에 도착한 순간 켄마의 몸은 축 늘어졌고 켄마를 잡고 있던 바지 위로 따뜻한 액체가 느껴졌다. 그 순간 켄마를 안은 채 얼어버렸고 켄마는 창피했는지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이의 거의 통곡에 가까운 울음소리에 가까스로 정신을 다잡고 켄마를 들어 욕실로 데려갔다. 욕조에 물을 받고 켄마에게서 유치원복을 벗기고 물로 한번 씻은 후 세탁기에 넣고 교복도 함께 벗어 넣었다. 세제를 넣고 버튼을 누른 후 아직도 울고 있는 켄마를 들어 안아 등을 쓸어주며 진정시켰다.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코를 훌쩍이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손으로 켄마의 코를 풀어주고 입욕제를 푼 욕조 안으로 켄마를 안고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조금 온도가 뜨거웠는지 흠칫 놀라는 켄마에 온도를 차가운 물로 바꿔 약간 미지근할 정도로 온도를 맞췄다. 그제야 긴장이 풀어졌는지 나른한 표정을 짓는 켄마가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자 또다시 움찔하고 몸을 수그린다.

 

괜찮아. 형이 잘못한 거야. 켄마는 잘못 없어.”

 

괜찮아, 괜찮아. 등을 연신 토닥여주니 안심이 되었는지 작게 웃는 켄마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 왜 집으로 안 들어가고 밖에 있었는지를 물어봤다.

 

열쇠가 없는데, 집에 엄마도 없고, 그래서 기다렸는데.... 화장실 가고 싶어서

 

그래서 형아 집 초인종을 누른 거야?”

 

응응, 형이 집에 들어가길래.”

 

내가 집에 도착한 지가 1시간이 넘었는데, 켄마가 초인종을 누른 건 바로 10분쯤 전이었다. 그럼 애 혼자 1시간을 넘게 집 앞에서 기다렸다는 건데..

 

오래 기다렸어?”

 

응응.”

 

앞으로 열쇠가 없을 때는 바로 형 집으로 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몸을 기대오는 켄마의 살은 부드러웠다. 찹쌀떡 같은 부드러운 촉감에 아기 피부는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고, 금방 빨개지는 피부를 보니 켄마의 피부가 얇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더 이상 몸을 담그는 건 좋지 않다는 생각에 머리를 감겨주고 긴 타월로 켄마의 몸을 감싸줬다. 수건으로 몸을 감싼 켄마의 손을 잡고 방으로 데려갔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작은 티를 입히고 머리를 말려줬다. 가장 작은 티라고 해도 켄마한테는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원피스였다. 씻고 나서의 나른함 때문인지 켄마는 침대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고 편하게 자라고 침대에 눕혀주고 이불을 덮어줬다.

 

조용히 문을 닫고 거실로 나와 전화기 옆에 있는 엄마의 수첩을 뒤져 코즈메라는 이름을 찾아내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코즈메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테츠로엄마? 여행 간 거 아니었어?”

 

잘 지내셨어요? 코즈메 아주머니. 저 테츠로입니다.”

 

어머, 테츠로. 며칠 전에도 봤는데 잘 지내긴, 근데 왜 전화했어?”

 

, 켄마가 저희 집에 있어서요. 열쇠를 안 가져가서 집에 못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어떡하지.. 내가 오늘 야근이거든. 그이는 어제 출장 갔거든...”

 

제가 저녁까지 먹이고 오늘 저희 집에서 재우고 내일 아침에 돌려보낼게요.”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그럼 부탁할게 테츠로.”

 

전화가 끊기고 한숨이 나왔다. 만약 켄마가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다면 성격상 밤늦게 아줌마가 돌아올 때까지 문 앞에서 기다릴게 뻔했다. 아무리 일 때문에 바쁘다고는 해도 애가 집에 못 가고 있다고 하면 내가 맡아줄걸 알고 있었다고 해도 지금 당장 가겠다는 말부터 나와야 하는 게 내가 알고 있는 부모였다. 방 안에서 자고 있을 켄마에 대한 측은함에 마음이 씁쓸해졌다.

 

켄마가 일어나면 뭔가 먹을게 있어야 하는데 지금 집에 먹을 건 아침에 먹다 남은 된장국하고 반찬뿐이었다. 그 흔한 주스도 없었고 심지어 밥도 없었다. 쌀을 씻어 밥솥에 넣고 취사 버튼을 누른 후 열쇠를 챙겨 먹을만한 걸 사러 편의점으로 향했다. 주스를 두 병 사고 부드럽게 씹을 수 있는 과자와 제과점에 들러 식빵과 갓 구운 애플파이를 샀다. 애플파이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바로 구운 거라는 점원의 말에 홀려 다 먹지도 못할 큰 애플파이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자는 건지 집은 조용했고 어두웠다. 조용히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가니 스탠드가 켜져 있었다. 의자에 앉아 반지를 만지작거리는 켄마가 눈에 들어왔다. 나를 발견하고 흠칫 놀라면서도 손에 쥔 반지는 놓치지 않았다. 오히려 꽉 쥐었다.

 

맘에 들어?”

 

처음으로 격렬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고개를 세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반응이 재밌어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근데 이건 형 건데? 형 줘야지.”

 

켄마를 향해 반지를 달라고 손을 내밀자 도리질을 하며 몸을 의자 등받이 쪽으로 반지를 쥔 손을 감춘다. 그런다고 안 보이는 건 아니지만 안 보일 거라고 생각하는 아이의 순수함에 실연당한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갖고 싶어?”

 

내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끄덕이는 머리와 동그란 눈이 사랑스럽다. 이래서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나 싶었다. 갑자기 결혼이라는 말하니 우울해졌다. 그래도 켄마한테 티를 낼 수는 없으니 표정을 풀고 책상 서랍에 있는 은색 목걸이 줄을 가져와 켄마가 손에 쥔 반지를 끼웠다. 원래 여자 손에 맞게 디자인된 반지는 내 손에는 몹시 작았지만 켄마 손에는 맞지 않게 컸다. 반지를 목걸이 줄에 끼우고 켄마에게 걸어줬다.

 

잘 가지고 있어.”

 

켄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책상 위에 있는 반지 하나를 들어 서툰 동작으로 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웠다. 어떻게 안 건지 왼손 약지에 귀신같이 끼우는 켄마가 신기하고 귀여웠다. 자기 목에 걸린 반지와 내 손에 끼워진 반지를 번갈아 보더니만 만족스러웠는지 베시시 웃는 얼굴이 하나의 찹쌀떡 같아 볼을 잡아 늘리는데도 울지 않고 웃고 있는다.

 

마침 켄마도 깼고 밥도 다 된 터라 저녁을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켄마를 책상 의자에서 내려주고 방을 나왔다. 밥을 차리고 켄마를 부르자 낑낑대며 맞지도 않는 의자에 앉기 위해 노력하는 켄마가 귀여워 한참을 지켜봤다. 의자에 앉을 수가 없어서 낑낑대는 걸 들어 올려 의자에 앉혀주자 그제야 구기고 있던 표정을 편다.

 

시간이 많이 늦어 배고팠을 텐데 켄마는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젓가락질이 서툰 것도 아닌데 밥그릇의 반절도 안 퍼준 밥을 다 먹지도 못하고 폴짝 뛰어 의자에서 내려온다. 쪼르르 걸어가 소파에 앉더니만 소파테이블에 놓여진 쇼핑백에 관심을 가진다. 눈치를 살살 살피며 쇼핑백에 힐끔힐끔 시선을 던진다. 짧은 손가락으로 건드려도 보고 고개를 내밀어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먹고 싶어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고는 또 쪼르르 달려와서 밥을 먹고 있는 내 앞에 서서 밥을 다 먹기를 기다린다.

 

부담스러운 아이의 시선에 남은 밥을 된장국에 말아 입안으로 털어 넣고 남은 꽁치 구이도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꽁치 구이는 사실 밥이랑 같이 맛을 음미하고 싶었지만 켄마가 어서 애플파이를 먹고 싶어 한다는 마음이 격렬하게 시선으로 전해져서 음미는커녕 처리하듯 입에 넣었다. 반찬을 냉장고에 집어넣고 그릇을 싱크대에 놓고 접시와 포크를 챙겨 켄마손에 쥐여주니 다람쥐같이 소파 테이블에 놓고는 와서 컵 두 개를 받아 간다.

 

오렌지와 망고 중 망고주스를 챙겨 거실로 갔다. 거실에는 소파에 앉지도 못한 채 애플파이를 보며 긴장하고 있는 켄마가 있었다. 한 손에는 포크를 쥐고 엉성한 자세로 서있는 켄마가 귀여워 방에서 카메라를 들고 와 사진을 찍었다. 찍힌 것도 모르는 건지 켄마는 애플파이에만 집중했다. 상자를 벗겨내자 고소한 버터 향과 함께 애플파이가 드러났고 켄마의 얼굴은 상기되었다. 아이라 순수해서 그런지 애플파이에 대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있는 그대로의 애플파이에 대한 감정을 보여줬다.

 

무딘 칼을 가져와 켄마에게 들려주자 켄마는 경건한 자세로 파이를 잘랐다. 아주 주관적인 4등분을 하고는 켄마는 가장 큰 부분을 가리켰다. 이건 거의 파이의 반절이었다. 밥을 많이 안 먹길래 원래 양이 적나 했었는데 그게 아니였다. 애플파이를 먹기 전에 밥으로 배를 채우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켄마가 가리킨 큰 부분을 접시에 덜어주니 켄마는 포크를 들어 아주 진지하게 애플파이를 떠냈다. 접시에서 입으로 이동하는 시간도 경건했다. 작은 입은 벌릴 수 있는 최대한으로 벌어져 애플파이를 삼켰고 켄마는 입을 닫고 애플파이를 천천히 음미했다. 입안에서 한참을 음미하던 애플파이가 목으로 넘어가고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큰 컵을 잡아 주스를 한입 마신 뒤의 켄마의 얼굴은 이 세상의 모든 걸 얻은 듯 여태까지 본 얼굴 중에 가장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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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어울리게 순수한거 쓰려니까 안 써져요. 나는 이 길이 아닌가 봐요. 그래도 이런거 한번은 써보고 싶었어요. 요즘 너무 이상한거만 쓰는 거 같아서. 어울리든 아니든 잘쓰든 못쓰든 일단 써보고 블로그가 너무 더러워졌다 할때마다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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