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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매우매우)불규칙한 연재로 인한 알림(겸, 뻘소리) 트위터 @0haeyung0


맞은 뺨이 열기를 띈 채 화끈거렸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볼이 붉어져 부어올랐을게 확실했다. 얼얼한 충격을 안겨주는 볼을 손으로 감싸고 독기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 남자의 환영은 거둬지고 천박하게 립스틱을 바른 채 모피 숄을 두르고 있는 여자가 눈앞에 서있었다. 섹시한 인상의 여자는 백치같이 짧게 자른 앞머리 밑으로 드러난 오만한 눈을 가지고 켄마위에 군림하듯 시선을 내리깔았다. 빈틈없이 작은 입술을 가득 매운 천박한 붉은색이 선명하게 요동치며 비틀린 굴곡을 그렸다. 명백한 비웃음이 역력한 입꼬리 밑에는 작은 점이 그린 듯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너 뭐 하냐고. 남의 영업장 앞에서. , 너도 들어오게? 사는 걸로면 너 같은 꼬맹이한테 다리 벌릴 얼간이는 없으니까 돌아가고, 파는 거라면...”

 

여자의 희고 긴 손가락이 켄마의 턱을 가볍게 잡고 좌우로 움직였다. 꼼꼼히 물건 사듯 훑어보는 여자의 시선에 켄마는 여자의 손을 쳐내고 다 찢어진 옷을 털었다. 기분 나쁘다는 것을 명백하게 표 내며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에 침을 뱉었다. 여자는 그런 켄마의 방어적인 태도가 같잖다는 듯이 웃으며 손을 거뒀다.

 

파는 거면.. 얼굴은 괜찮네. 일단 들어와. 둘 중 어느 거여도 상관없고, 둘 다 아니어도 상관없으니까. 상처도 좀 보고, 시간이... 밥이라도 먹고 가면 되겠네.”

 

관심 가지지 말고 꺼져.”

 

이를 드러내며 경계하는 켄마의 태도에 여자는 좋을 대로라며 굽혔던 무릎을 폈다. 갑자기 시야가 높아진 여자를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다리를 끌어모아 고개를 무릎 사이에 묻었다.

 

-꼬르륵

 

자신의 배속에서 난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자 여자의 웃고 있는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여자는 소리 없이 작게 웃었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올라 무릎 사이에 고개를 처박고 여자의 구두 소리가 멀어지길 기다렸다.

 

길고양이한테 줄 우유 정도는 있으니까 들어와.”

 

여자의 말에 고개를 들자 그 앞에는 희다 못해 핏줄이 비쳐 보이는 손이 내밀어져있었다. 예쁘게 웃는 여자의 모습에 홀린 듯 손을 잡았다.

 

여자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곳은 바 형식으로 되어있는 식당이었다. 아직 영업 전인지 똑같은 유니폼을 맞춰 입고 유리 잔을 닦고 있는 남자들 말고 홀안에 사람은 없었다. 계단을 올라 미로같이 많은 방들을 제치고 들어간 방안은 여자의 성격을 말해주듯 화려한 가구들로 가득했다. 큰 원룸을 통째로 옮겨 놓은듯한 모습에 신기한 듯 이곳저곳을 쳐다보니 여자는 의자를 빼주며 앉으라고 권한 뒤 주방에서 샌드위치와 우유를 내왔다. 켄마는 접시만 바라본 채 샌드위치를 들지도 먹지도 않았다. 여자는 반대편 의자를 빼 앉아 턱을 괸 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샌드위치 싫어하니? 어떡하니, 이거밖에 없는데.”

 

당신 누군데 나한테 이러는 거야?”

 

시미즈.”

 

그걸 물어보는 게 아니잖아. 당신 뭐 하는 사람이냐고.”

 

여기 사장. 여기는 몸 파는 클럽이고.”

 

엄청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며 여자는 자신을 쳐다봤다. 인위적으로 올라가는 입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약한 김이 올라오는 우유와 속 재료가 두툼하게 들어간 샌드위치가 식욕을 자극했다. 누군가 앞에서 뭔가를 먹는 건 오랜만이었다. 이 여자가 있는 한 그 남자는 자신을 찾더라도 어떻게 하지는 못할 거다. 항상 혼자 있을 때만 자신을 찾아왔으니 여자와 함께 있다면 나는 안전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걸신들린 사람처럼 샌드위치를 먹었다. 급하게 먹느라 잘못 삼킨 건지 캑캑 거리며 헛기침을 하는 자신을 보며 시미즈는 옆에 있던 우유를 밀어주었다. 큰 잔에 담긴 우유의 반을 단숨에 삼키며 마저 샌드위치를 먹었다. 큰 샌드위치 세 개를 만족스럽게 해치웠다.

 

“.......위치 고마워.”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한 켄마는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 했다. 갑자기 다가온 시미즈가 여자답지 않은 우악스러운 힘으로 켄마를 누르는 바람에 의자에 넘어지듯 앉아 시미즈를 쳐다봤다. 시미즈의 손에는 물이 담긴 작은 대야와 수건과 가위가 들려있었다. 시미즈의 행동에 반발할 새도 없이 시미즈는 켄마의 옷을 잘라냈다. 다 헤져서 모래 범벅이 된 바지를 자르고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바지는 볼품없이 구겨져 쓰레기통안을 나뒹굴었다. 마치 자신과도 같았다. 수건에 물을 묻혀 상처 부위를 닦아내고 소독약을 부었다. 붉은 상처를 하얀 거품이 뒤덮으며 쓰라린 고통을 선사했다. 터져 나오는 비명에 입술을 깨물고 이마를 찌푸렸다.

 

아프면 아프다고 해. 왜 참아? 새파랗게 어린 주제에.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 지르고, 슬프면 슬프다고 울고. 그게 그렇게 힘들어? 그 나이에?”

 

자신과 아무 관련도 없는 그녀가 해주는 담담한 말이 왜 그리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지 켄마는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눈물에 놀라 길게 늘여 빼진 소매로 눈을 벅벅 닦았다. 그래도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눈물을 주체 할 수 없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시미즈는 그런 켄마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시미즈의 체온이 느껴지고, 등을 토닥여주는 그녀의 손길에 안심이 된 건지 오늘 처음 본 그녀의 품에 안겨서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그날부터 거의 출근하듯 매일 시미즈의 가게로 가 시간을 보냈다. 시미즈와 별것도 아닌 일을 얘기하며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냈다. 낮에는 아무도 오지 않아 황량한 거리가 밤이 되면 술에 취해 날아드는 회사원들로 인해 북적거렸다. 낮에 상사에게 시달리며 쌓인 스트레스는 밤이 되면 가학성을 띠며 이 거리의 사람들을 짓밟는다. 당연하다는 듯이 그들을 깎아내리며 우월감에 도취된다. 돈을 지불하는 대신 이뤄지는 이런 가학과, 모멸, 혐오를 이곳을 찾는 모두는 당연하게 생각한다. 오만과 권위로 똘똘 뭉쳐진 채 사람들을 심판하는 판사는 이곳에서 하룻밤에 45천 엔인 여자의 붉은 구두에 성기를 짓밟히며 파정한다. 이 싸구려로 가득한 거리에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선량한 학자의 탈을 뒤집어쓴 일류 대학의 교수는 거리의 깊숙한 곳에서 채 10살도 넘지 않은 소년의 배설기관에 검붉게 발기된 성기를 무자비하게 욱여넣고 흔든다. 포주에게 진 빚을 청산하기 위해 그녀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다리를 벌리고, 자신들에게 떨어지는 돈으로 사치를 부린다. 불안감을 숨기기 위해 허영심과 사치로 자신의 몸을 감싼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이, 동생이, 가족이 배를 곯지 않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심지어는 가족들에 의해 거리로 내몰린다. 이런 기형적이고 불안정한 풍경을 배경 삼아 시미즈와 체스를 했다.

 

기분이 우울할 때의 시미즈는 한없이 켄마에게 너그러웠다. 짙은 화장을 한 채 유쾌하게 웃고, 켄마와 카드나 체스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어디론가 연락을 한다. 핸드폰 폴더가 닫히고 정확하게 10분이 지나면 나는 시미즈의 방을 나서 집으로 향한다. 시미즈의 방문을 열면 기다렸다는 듯이 남자가 켄마를 뒤로한 채 열린 문으로 들어가 시미즈의 치마를 들춘다. 짧은 치마가 들춰지면 남자의 바지가 내려간다. 바지가 완전히 내려가는 순간 방문은 닫힌다. 남자의 얼굴은 같을 때도 있고, 다를 때도 있다.

 

시미즈는 자신이 가진 아픔을 성욕을 통해 외면한다. 성적 자극이 주는 쾌감으로 슬픔과 아픔을 억누른다. 그녀도 이 거리의 기형적이고 불안정한 풍경 중 하나다. 남자들은 버림받은 그녀가 내민 손을 거절하지 않는다. 그녀의 손을 잡고 더 어둡고 우울한 심연으로 그녀를 끌어내린다. 그 이상한 공식을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거리에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은 없다. 정말 정상적인 사람들은 며칠이 지나면 미쳐버리는 게 태반이고, 상황 판단이 빠른 사람은 미친 척 연기를 한다. 인생의 끝까지 내몰린 그들은 최종 종착역인 이 거리에 섞여 들어가기 위해 그렇게 가면을 쓴다.

 

붉은 등이 커져있는 거리를 지나 아무도 반겨주는 이가 없는 아파트로 향했다. 같잖은 책임감을 가지고 큰아버지가 얻어준 쓸데 없이 큰 아파트에는 빌트인 되어 있는 가구와 전자제품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텅 빈 아파트는 을씨년스러웠다. 밤이 되었으니 불을 켜지 않고 벽을 더듬으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불안정하고 불쾌한 거리에 위치한 시미즈의 가게에 있을 때는 불안감이 덜해진다. 이렇게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 섞여있으면 그도 찾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생각이 가져오는 지배는 절대적이어서 날선 경계심을 누그러트린다. 그곳에서 나오면 다시 뼈져린 외로움과 두려움이 켄마를 감싼다. 무기력한 몸을 이끌고 싸늘한 침대 안으로 들어가 몸을 말았다. 머리를 숙이고 다리를 끌어안는다.

 

공 모양으로 몸을 만 채 아침이 오기를 기다린다.

 

 

.

 

 

날이 밝아 찾아간 가게에는 노란색의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었다. 폴리스 라인 속에는 분주하게 똑같은 옷을 입을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쳐진 폴리스 라인을 비웃듯 켄마는 허리를 숙여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꼬마 한 명이 들어가는 걸 막으려는 사람들은 없었다. 다들 바쁘게 움직이며 멍하니 서있는 바텐더 앞에서 뭔가를 적었고, 뭔가를 물었다. 어떤 여자는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 사진을 찍었다. 시미즈를 찾기 위해 계단을 올랐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수록 찰칵거리는 카메라 셔터 음이 더 크게, 많이 들려왔다. 열려있는 방안에는 붉은 벨벳 원피스를 몸에 휘감고 바닥에 쓰러져있는 시미즈와 흰색 테이프를 바닥에 붙이는 남자가 있었다. 시미즈의 머리에서 흐른 듯 찐득하게 바닥에 붙어 굳어있는 피가 상황을 말해줬다.

 

, 또다시 나는 혼자가 됐구나.

 

그날 밤 5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나를 보살폈던 시미즈가 없어진 거리로 향했다. 한 명이 죽어 나갔는데도 거리는 여전히 눈부시게 화려하고 진저리 처질만큼 천박했다. 불 꺼진 시미즈의 가게를 지나쳐 헐벗은 채 회사원의 팔에 가슴을 비비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여자 옆으로 다가갔다. 여자는 불쾌한 듯 한번 얼굴을 구기고는 꺼지라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양복을 젠틀하게 차려입은 남자는 켄마같이 어린 남자아이한테 흥미가 있는 듯 기름진 눈을 빛내며 켄마를 훑었다. 켄마는 손을 뻗어 그런 남자의 고간을 지긋이 눌렀다. 손길에 화답하듯 남자의 분신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남자는 당황한 얼굴을 한 여자를 뿌리치고 작은 켄마의 엉덩이를 잡았다. 큰 손에 다 차지도 않는 작은 엉덩이를 우악스럽게 쥐며 남자는 켄마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둘렀다. 발꿈치를 들어 남자의 귀에 나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거칠게 박아줘. 모든 걸 잊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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