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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켄]

[쿠로켄/섹피AU]개새끼(5)

해융 2016. 12. 18. 16:11

그날 나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내가 만약 너의 그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 아니 듣더라도 못 들은척 아무렇지 않은 척 너의 곁에 있었다면. 우리가 적어도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겠지.

 

쿠로는 그렇게 몇 번의 폭력에 가까운 관계 후 화를 내듯 문밖으로 사라졌고, 오물을 뒤집어쓰듯 수치심을 뒤집어쓴 켄마는 누군가가 전신을 누르고 있는듯한 압박감에 짓눌린 채 침대에 널브러져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 했다.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버린 옷가지가 축 늘어져 사방에 흩어져 버려져있다. 버려진 옷가지와 같이 무기력하게 켄마는 버려졌다. 팔과 손, 심지어 손끝 작은 신경 하나에 조차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증오와 원망, 그리고 상실감이 켄마를 짓눌렀다. 버려지는 게 두려워 먼저 쿠로를 버리는 거라고 착각했던 그 순간까지도 켄마는 철저하게 버림받았던 것이다. 처음으로 도쿄에 올라와 믿었던 사람에게 버림받고 다시는 사람을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 쿠로를 만나고 한 여름밤의 환상에 눈이 가려져, 그 달콤함에 속아 다시 사람을 믿었고, 그 믿음에 배신당해 버림받았다. 쿠로는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날 가장 많이 상처를 입고 무너진 사람은 켄마였다.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를 이끌고 옷을 주워 입었다. 구겨진 옷이 자신의 처지 같아 웃음이 나왔다. 들고 왔던 짐가방 두 개를 들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이끌고 문을 열었다. 굳게 잠긴 문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짐 가방을 옆에 세워두고 두 손으로 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문 열어. 문 열라고! 빨리 열라고!”

 

밖은 고요했고, 켄마의 높은 목소리만 울려 다시 되돌아와 고막을 울렸다. 몇 분을 그렇게 있었을까 원래 그렇게 좋지 못 했던 목이 완전히 나갔는지 입에서는 기분 나쁜 쇳소리가 났다. 손은 얼얼했고, 새빨갛게 부어오른 주먹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아무리 두드려도, 아무리 불러도 되돌아오는 건 자신의 목소리 밖에 없었다. 격렬한 정사로 지친 몸은 한계점까지 도달한 듯 버텨주지 못했고,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사실에 그렇게 문 앞에 쓰러지듯 무너졌다. 마지막으로 굳게 닫힌 문을 실낱같은, 아니 이미 끊어지고 불타버린 희망의 재 찌꺼기 따위라도 구걸하듯 작고 힘없이 두드리는 손이 애처로웠다. 핏기 없는 흰 볼에 흐르는 두 가닥의 물줄기는 턱을 타고 흘러 검은 바닥으로 스며들었다. 검은색 얼룩이 눈물을 삼키며 더 짙어졌다.

 

미안해. 미안해....

 

근데... 네가.. 네가

 

너무 미워. 쿠로.

 

차마 뒷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속으로 삼켰다. 뱉어지지 못한 말은 켄마의 심장 한구석을 찔렀다. 속삭이듯 작게 말하는 목소리는 쇳소리로 범벅이 되 두꺼운 문을 뚫고 밖에까지 전해지지는 않았다.

 

 

.

 

 

꼭 여기서 해야겠어?”

 

? 연습 끝나고 부실. 엄청 스릴 있잖아. 여기서 하면 더 흥분되고. 넌 오늘 내가 하는 놀음에 동참해 주기만 하면 돼. 그럼 더 이상 안 건드려. 그리고 부탁이 하나 있는데, 이따 누가 올 거야.. 그때 내 애인인 척 잘 연기해 주면 돼. 너 그런 거 잘하잖아.”

 

9시에 부실에서 만나자는 문자에 당연히 끝나고 모텔이나 그런 곳으로 자리를 옮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막 샤워를 하고 나왔는지 놈은 바지만을 걸치고 있었고 머리는 젖어 있었다. 뜬금없이 연기를 부탁하는 놈의 말에 의문이 일었지만, 한번 연극에 동참해 주면 더 이상의 스트레스는 사라진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성급하게 키스하며 교복을 벗겨내는 놈은 켄마의 목에 고개를 파묻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이 냄새가 미칠 거 같아. 하아. 무슨 향수 써?”

 

향수 안 써.”

 

향수도 안 쓰는데 이런 냄새가 난다고? 냄새만 맡았는데도 쌀 거 같아. 존나 흥분돼.”

 

얼굴을 목덜미에 파묻은 채 놈은 바지를 내린다. 바지와 속옷을 허벅지까지 내린 뒤 바로 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아무런 준비가 안되어있는 곳에 이물질이 들어오는 느낌은 불쾌했고 고통스러웠다. 낮게 신음이 소리가 났고 그게 기폭제가 되듯 놈은 손가락을 깊게 구멍 안으로 집어넣었다. 아무리 경험이 많다고 해도 준비 없이 넣는 건 무리였다. 놈은 여전히 얼굴을 목에 파묻은 채 풀어지지 않은 구멍 속에 무자비하게 손가락을 늘려가며 구멍을 풀었다.

 

씨발. 존나 뻑뻑해.”

 

당연히 뻑뻑하지. 얼굴을 들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작은 로션 통을 집어 손가락에 로션을 듬뿍 묻히고 작게 닫힌 구멍에 로션을 펴 발랐다. 바깥에서 구멍 안쪽으로 원을 그리며 파고드는 길고 차가운 손가락의 느낌은 이상했다. 몸이 기억하는 쾌감에 터져 나오는 신음을 막고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로션이 윤활제 역할을 대신해 손가락은 전보다 수월하게 들어갔고, 계속된 분탕질에 내벽이 적당히 흐물흐물해져 손가락에 감겼다. 성질 급한 늑대 새끼의 혼현이 흥분으로 인한 이성 상실로 드러나는지 목에 닿은 놈의 이가 날카로워 피부가 찢어졌다. 작게 찢어진 피부에서 흘러나오는 피 냄새에 흥분했는지 옷도 다 벗지 않고 놈은 깊게 안으로 파고들었다. 허벅지에 걸쳐진 교복 때문에 제대로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딱딱한 바닥에 등이 아팠고, 계속 놈의 이빨과 스치며 생겨나는 상처에 목이 욱신거렸다. 이래서 늑대 새끼하고 하는 게 싫다는 거였는데.

 

늑대 새끼들은 불쾌하다. 내 첫 섹스는 강간이었다. 어렸을 때 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큰아버지 집에 맡겨진 나는 그 흔한 눈칫밥 한번 먹지 않고 평범한 가정보다 더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중학교 1학년 처음 맡는 여름 모기향과 선풍기를 틀고 여름이 주는 나른함에 취해 매미의 울음소리를 자장가 삼아 노곤한 낮잠에 빠져있을 때였다. 나보다 3살이 더 많은 사촌은 막 성에 눈을 뜬 사춘기 남자였다. 자신의 혼현도 감추기 힘들 만큼 이성과 감정의 통제가 부족한 다혈질의 남자였다. 집에서는 아예 혼현을 감추지도 않았고, 학교에서는 종종 튀어나오는 귀와 꼬리를 감추느라 고생이 많다는 걸 큰어머니께 전해 들었다. 그런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늑대 새끼와 한집에 있었던 것부터가 문제였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어딘가가 이상하다는 것과, 은근히 일어나는 스킨십과 없어지는 속옷을 빠르게 눈치챘더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루는 늑대의 혼현을 내비친 채 내가 자는 방 침대에 기어들어와 자고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몸 위로 올라타 성기 쪽에 몸을 비벼대는 것을 눈치 챘었지만 잠이 덜 깬 상태였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다. 그때 정확하게 화를 내고 거부했었다면 강간까지는 당하지 않았겠지....

 

그렇게 마루에서 자고 있던 나를 사촌은 강간했고, 그때 저항하다 목을 뜯겨 목에는 아직도 희미한 상태가 나있다. 강간을 당하고 큰아버지께 말을 하고 싶었으나,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1년 동안 사촌에게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지속적으로 강간을 당했고, 큰아버지 내외가 부부 동반으로 여행을 가던 그날 밤 어김없이 사촌의 방에 개처럼 끌려가 강간당하는 나를 갑작스럽게 잡힌 세미나 때문에 돌아온 큰어머니가 발견했다. 누가 봐도 그 모습은 강간이었다. 일주일간의 여행이었기 때문에 얼굴이나 몸이 붓거나 멍이 들어도 사촌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일주일 후면 사라질 상처였으니까. 사촌은 저항하는 나의 손을 끈으로 묶고 울었다는 이유로 뺨을 때렸다. 긴 회초리로 등, 가슴,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등을 때렸으며, 자신보다 먼저 사정했다는 이유로 성기를 끈으로 묶었고, 발로 짓밟았다. 뻑뻑한 구멍을 풀지도 않고 삽입하는 바람에 항문은 찢어져 피가 났고, 혼현이 드러나 날카로워진 이빨에 베여 어깨와 목은 피가 범벅이 돼 엉망이었다. 그 상황에서 큰어머니는 내가 자신을 유혹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사촌의 말을 믿고 나를 내쫓았다.

 

분명, 누가 봐도 강간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그 상황에서 큰어머니는 사촌의 말만 믿고, 비가 오던 그날 밤 나는 가방 하나만 손에 쥐어진 채 몇 번의 정사로 정액이 가득 찬 뱃속, 아직도 피가 나고 있는 목, 어깨, 항문... 어느 한 곳도 성치 않은 몸으로 집에서 쫓겨났다. 비를 맞으며 수중에 있는 돈으로 약국에서 약을 샀다. 집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공중 화장실에 들어가 벌어진 상처에 약을 발랐다. 피딱지가 진 항문을 억지로 벌려 안에 가득 들어찬 정액을 긁어냈다. 아픔과, 자신을 혐오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바라보며 욕을 하던 큰어머니가 떠올라 눈물이 났다. 한없이 자애롭고 사랑스러웠던 큰어머니는 그 자리 없었다. 내가 알고 있던, 나를 매일 안아주고, 보듬어 주던 어머니로 여겼던 여자는 사라지고, 벌레를 내려보듯 혐오감에 가득 찬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여인만이 남아있었다. 정액을 어느 정도 긁어내고 말라비틀어진 정액과 피딱지가 얹어진 환부를 씻어냈다. 물이 닫을 때마다 쓰라렸고, 바늘로 찌르는듯한 고통이 가득했다. 서럽게 울며 화장실에 쪼그려 밤을 보내고, 어딜 가야 할지 몰라 떠도는 나를 큰아버지가 찾아왔다. 무슨 말을 들었길래 큰아버지 또한 벌레보는듯한 시선, 오물을 보는듯한 시선으로 나를 봤고, 10만 엔과 함께 도쿄로 전학을 보냈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절대 늑대 새끼한테는 몸을 팔지 않는다. 이 새끼한테도 몸을 팔고 싶지 않았다.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나는 지쳤고 빨리 모든 게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서 또다시 신이 내게 내린 썩은 동아줄을 잡았다.

 

바로 왼쪽 귀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가 불쾌했다. 빨리 이 섹스가 끝났으면 좋겠다. 움직이는 게 불편했는지 놈은 허벅지에 걸려있던 교복을 속옷째 벗겨 던졌다. 격렬하게 움직이는 놈은 한 번의 사정을 끝내고 켄마를 자신의 몸 위로 올라타게 했다. 켄마는 내벽에 뿌려지는 정액의 느낌에 눈살을 찌푸리며 콘돔을 착용하라고 성질을 부렸지만 이미 이성이 나가버린 늑대 새끼한테 켄마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상반신을 일으킨 놈은 또다시 켄마의 목에 얼굴을 들이대고 켄마의 허리를 움직이며 전보다 더 깊게 들어왔다. 바뀐 체위로 인해 더 안쪽까지 느껴지는 성기에 몸을 비틀었지만 큰 손에 잡힌 허리는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목덜미를 깨무는 놈에 의해 높은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그 때문에 문이 열리고 누가 들어오는지 켄마는 알지 못 했다. 놈이 문을 쳐다보며 신호를 주자 그제야 누가 들어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연극은 시작되었고, 켄마는 훌륭한 광대의 역을 소화하기 위해 쾌락을 연기했다.

 

성의 있게 다리를 놈의 허리에 감고 놈의 어깨에 두 팔을 감은 채 매달리며 신음했다. 한 번의 광대짓에 더 이상의 괴롭힘이 사라진다면 꽤 해볼 만한 장사다. 놈이 격하게 켄마를 밀어붙이자 켄마는 신음소리를 높였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이런 일은 상상조차 못 했다. 꼴에 의리를 지킨다고 이성이든 동성의 추파를 거절하고 오직 한 사람만 바랬는데 그 사람에게까지 배신당하니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그냥 이대로 전처럼 흘러가는 대로 자신을 놓고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이 양아치의 연극에도 동참해주는 거고.

 

이게 뭡니까?”

 

익숙하지만 낯선. 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꺾어 뒤를 돌아봤을 때는 화로 얼굴이 벌게진 쿠로가 눈에 들어왔다. 막 씻고 나왔는지 젖어있는 머리카락과 샴푸 냄새. 그리고 화가 난 듯 가라앉은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다 날 거 같았다. 배신감에 완전히 마음을 접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당장 달려가서 쿠로에게 안기고 싶었다. 안겨서는 너무 힘들다고, 날 좀 안아달라고 칭얼대고 싶었다.

 

늦게 왔네. 하아. 안 오는 줄 알았어.”

 

이게 뭐냐고 물었습니다.”

 

아까까지 혼현을 내보일 만큼 이성이 없던 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멀정한 목소리를 내는 놈은 쿠로를 똑바로 쳐다보며 셔츠 안으로 손을 넣어 켄마의 등을 쓸었다. 예민한 성감대인 등이 건드려지자 켄마는 연기가 아닌 진짜 신음을 흘렸고, 쿠로는 켄마의 옷 안으로 들어간 놈의 손을 잡아 더 이상의 터치를 저지했다.

 

. 왜 늦게 와서 분위기를 깨고 있어?

쿠로오. 너 켄마랑 사귄다며?”

 

. 사귀고 있습니다. 그걸 아는 사람이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놈은 쿠로와 말하는 순간까지도 켄마의 허리를 잡고 삽입을 하고 있었다. 쿠로는 그게 거슬리는지 켄마의 몸을 잡아 일으키려 했다. 쿠로의 손이 켄마의 팔을 잡자 켄마는 반사적으로 쿠로의 손을 쳐냈다. 안기고 싶은 마음 뒤로는 두려움도 존재했다. 오후에 들었던 그 목소리는 분명 쿠로였다.

 

, 건들면 안 되지. 내 애인인데. 얘 남이 만지는 거 안 좋아해. 그렇지, 고양아?”

 

그게 무슨.”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어 놈을 쳐다보니 놈은 켄마를 껴안고 말을 이어갔다.

 

내 애인이라고, 나랑 잠깐 싸웠는데, 그새 토라져서 새 애인을 만들지는 몰랐지. 이 음란한 고양이가.”

 

놈은 켄마의 물건을 쓰다듬었다. 맑은 액이 나오던 성기의 선단을 손톱을 세워 긁으며 켄마의 흥분을 유도했다. 텅빈 머리로는 아무런 사고도 할 수 없었다. 놈이 준비한 배우는 쿠로와 켄마였다. 말하는 본새를 보니 쿠로와 자신의 관계를 알고 있는듯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연극을 준비했다는 사실에,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에 놈의 어깨를 물며 반항했다. 놈은 켄마의 반항에 켄마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저기 캐비닛 안에 반짝이는 게 보여? 카메라야. 다 녹화하고 있다는 거지. 이 연극에 끝까지 동참해주면 동영상은 바로 삭제할 거야. 근데 네가 내 연극을 망치면, 나는 저 영상을 인터넷에 올릴 거야. 나야 뭐 집에서 내놓은 자식이고 너도 잃을 건 없겠지만...... 쿠로오는 잃을게 아주 많을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빠른 속도로 귓가에 속삭인 뒤 놈은 귓볼을 깨물었다. 뱀 같은 혀에 귀가 놀아났다. 모든 게 다 놈의 설계속이었다는 충격에 고개를 간신히 들어 캐비닛을 확인했다. 설마 하는 마음에 쳐다본 캐비닛의 구멍은 카메라 렌즈로 인해 반짝였다. 놈의 말은 사실이었다. 정말 저 동영상이 유포된다면 내용이 어떻든 쿠로는 남들이 찧어대는 입방아에 오르게 된다. 귀하게 자란 티가 나는 쿠로가 그걸 견딜 수 있을까? 자신도 견디기 힘든 게 사람들의 시선이다. 그걸 쿠로가 견딜 수 있을까? 아무리 지우고 지운다고 해도 한번 유포된 영상은 걷잡을 수 없다. 놈은 거칠게 켄마의 성기를 희롱했다. 계속되는 성교에 쿠로의 화를 누르려는듯한 낮게 깔린 목소리가 잇사이로 흘러나왔다.

 

장난치지 마시죠. 아무리 선배라고 해도 이 이상의 장난은 못 참습니다.”

 

장난 아닌데. 그렇지 고양아.”

 

계속 자극을 받던 켄마의 성기를 세게 움켜쥐자 울컥하고 정액이 튀어나왔다. 손에 흘러나온 정액을 쿠로에게 보여주듯 벌리고 켄마의 입 쪽으로 가져갔다. 어서 핥으라는 듯 놈은 눈으로 재촉을 했고 켄마는 간신히 입을 떼고 그의 손바닥에 묻어난 정액을 핥았다. 비릿한 역겨움에 토기가 올라왔지만 참고 흰색이 자취를 감출 때까지 손바닥을 핥았다. 놈에게 놀아났다는 사실이 분해서, 쿠로가 자신을 그저 호기심의 대상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이 바보 같은 연극으로 인해 상처받을 쿠로에게 미안해 눈물을 고였다. 침이 축축하게 묻은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는 놈의 손길에 소름이 돋았지만 동영상 때문에 반항할 수 없었다.

 

좋아, 켄마? 오랜만에 나랑 하니까?”

 

얼굴을 쓰다듬으며 코를 꾹 잡는 놈의 다정한 손길이 역겨웠다. 손가락을 물어버리고 싶었다. 대답을 망설이자 다시 놈은 캐비닛을 향해 눈짓을 한다. 나는 한번 이를 악물고는 놈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고인 눈물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

 

간신히 말을 뱉어내고 눈을 질끈 감았다. 칭찬하듯 등을 쓰다듬는 놈의 손길이 더 켄마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우리 고양이는 그렇다는데. 네가 불쌍하게도 놀아난 거야. 이 음란한 고양이한테.”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얼마 안가 문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두려움에 뒤늦게 고개를 들었을 때 문 앞에는 깨진 유리조각만이 정신없이 흩어져 있을 뿐, 쿠로는 없었다.

 

 

--------

후 다음엔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다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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