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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꿈꾸다. 오메가버스AU]

 쿠로켄 전력 60분 -주제-비밀

연재알림은 트위터 @0haeyung0

나른한 오후의 햇살이 포근하게 켄마를 감싼다. 꾸벅꾸벅 졸며 가계부를 정리하던 켄마는 햇살의 포근함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불을 널어둔 베란다로 문을 열었다. 베란다에 널어둔 이불이 바짝 말라 해님 냄새가 났다. 자기보다 훨씬 이불을 낑낑대며 들고 오다가 문턱에 걸려 넘어졌다. 푹신한 이불위로 넘어진 켄마를 따사로운 봄볕이 감싼다. 이불에서는 기분좋은 햇빛 냄새가 나고 있었고, 켄마는 수면 부족이었다. 이러면 되는데...하면서 켄마는 눈을 감았다. 천근 만근 같던 눈이 감기고,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시계 초침이 켄마의 자장가가 되어줬다. 새근새근 자고 있는 켄마의 머리 위로 따뜻하게 데워진 바람이 불었다. 살랑이는 머리카락은 켄마의 볼을 간질이며 날렸다.

 

켄마! 내가 왔게?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을 닫는 쿠로는 쿵쾅거리며 거실로 향했다. 연약한 거실 문을 소리로 벌컥 열며 들어오는 쿠로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켄마가 좋아하는 애플파!!....

 

큰소리로 말하던 쿠로는 고양이처럼 창가를 등지고 누워있는 켄마를 발견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발뒤꿈치를 들고 조용히 켄마에게 접근했다. 살금살금 걷는 모양새가 유치한 장난을 하는 어린아이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조용히 켄마의 앞에 앉아 자고 있는 부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카락은 여전히 고등학교 때와 같은 엉성한 금발이다. 탈색한 것치고는 결이 좋은 머리카락이 쿠로의 손가락 틈새로 빠져나갔다. 손을 내려 입술을 매만졌다. 입술은 촉촉했고, 붉었다. 다물린 붉은 입술을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 목에는 잇자국이 남아있었다. 지워지지 않는 흉터처럼 남아있는 잇자국은 색은 희미했지만 모양은 뚜렷했다. 자신이 남긴 잇자국은 언제 봐도 묘했다. 알파의 정복 심리와 흉터가 남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충돌했다. 그래도 정복 심리가 강했는지 만족스럽기도 하다. 고개를 내려 켄마의 입에 가볍게 맞추고 일어났다. 조금만 자게 두고, 씻고 오는 좋은 같다.

 

어디 ?

 

돌아서는 쿠로의 바지 끝단을 잡고 켄마가 물었다 나른하게 잠에 취한 얼굴로 하품을 하니 숨겨져있던 붉은 혀가 드러났다. 켄마 몰래 침을 삼켰다. 상체를 일으킨 켄마는 아직도 쿠로의 바지를  잡고 있었다. 집중하고 있던 입이 벌어졌다. 다시 침을 삼켰다. 이번에는 소리가 컸는지 켄마가 멀뚱히 쳐다보다가 웃는다.

 

애플파이는?

 

그럴 알았지.. 성욕이라는 찾아볼 없는 켄마는 히트 사이클이 아니면 별로 섹스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히트 사이클 때도 대부분 섹스는 번으로 끝났다. 섹스를 못하는 불만이었지만 그래도 켄마랑 보내는 소소한 시간들이 좋았다. 섹스리스 부부여도 상관없다. 이렇게 켄마와 게임하고, 책을 읽고, 밥을 먹고,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순간, 순간들이 소중했다. 하지만... 켄마와 자신, 둘을 반반씩 빼닮은 아이를 갖고 싶기는 했다.

 

부엌으로 접시를 챙겨 식탁 위에 내려놓으니 켄마가 이불을 정리하고 와서 의자에 앉았다. 주스를 따라서 켄마앞에 두고 제과점에서 사온 애플파이를 꺼냈다. 켄마가 가장 좋아하는 가게의 애플파이였다. 애플파이를 보며 황홀해 하는 켄마의 눈빛에 심술이 났다. 포크로 애플파이를 집기 바로 전에 접시를 뺐었다.

 

먹고 싶으면 뽀뽀.

 

접시를 멀리 치워두고 쿠로는 입을 가리켰다. 눈까지 감았다. 켄마는 빨리 애플파이가 먹고 싶었는지 식탁에서 일어나 쿠로 쪽으로 상체를 숙였다. 눈으로는 계속 애플파이를 쫓으면서. 켄마의 입이 쿠로에게 닿기도 전에 쿠로가 켄마의 머리를 잡았다. 겹쳐진 입술 사이로 쿠로의 혀가 켄마의 입술을 쓸었다. 벌어진 켄마의 사이로 쿠로의 혀가 파고들었다. 켄마는 식탁 귀퉁이를 잡았다. 치열 하나하나를 구석구석 훑듯 켄마의 입안을 유영했다. 켄마의 타액을 빨아들였다. 정중했던 키스가 정욕적으로 변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정신없이 쿠로의 키스를 받던 켄마의 머릿속에는 어느새 애플파이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은근히 파고 들어오는 쿠로의 손이 나쁘지 않았다. 켄마는 성욕이 없는 아니었다. 그냥, 섹스에 별생각이 없었던 것뿐이었다. 싫어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엄청 좋아하지도 않았다. 천천히 등허리나 배를 쓸던 손길은 점점 농밀해졌다. 쿠로가 켄마를 안아올렸다. 침대는 너무 멀었다. 쿠로는 켄마를 안아 소파로 향했다.

 

 

.

 

 

임신입니다.

 

?

 

의사의 진단에 켄마는 멍하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속이 답답하길래 병원을 찾았다. 내과에 갔었는데, 거기 의사가 산부인과로 연결을 시켜줬다. 처음에는 호르몬 불규칙으로 생긴 증상인 알았는데 임신이라니... 최근 쿠로와 섹스는 없었는데? , 저번에... 어쩌다 보니 하게 섹섹스 원인인 같았다. 핸드폰을 들어 쿠로에게 보낼 문자를 적었다.

 

[ 임신이래.]

 

이렇게 보내도 될까? 문자로 적고 나니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부모가 되는 건가? 쿠로와 닮아있을 아이를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 사랑의 결실. 그게 지금 납작한 속에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간질거렸다.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아랫배에 올려놨다. 뭔가 느껴지는 같은 착각이 들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이다. 나와 쿠로의 아이.

 

보호자분은 함께 오셨나요?

 

, 아니요.

 

...다행이네요. 아니, 다행이라고는 없겠지만 그래도 선택에 있어 남들보다는 자유롭겠네요.

 

의사는 원인 모를 말만 해댔다. 소리를 하는 건지 하나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무슨 선택을 한다는 거지? 쿠로에게는 문자보다는 직접 말로 알려주는 좋을 같다. 얼마나 기뻐할까? 오늘은 쿠로가 좋아하는 꽁치를 사서 돌아가야 같다. 일을 축하할 있게 애플파이도 함께.

 

어머니는 종이 어떻게...?

 

이라는 표현이 옳은 표현이었지만, 언제나 들어도 기분 나빴다. 하지만 지금은 뭐든 상관없었다. 빨리 의사의 말이 끝나고 집으로 가고 싶었다. 쿠로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텐데 배에 귀를 가져다 쿠로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오메가요.

 

아아, 의사는 차트 위에 뭔가를 끄적거린다. 비싸 보이는 만년필이 내는 서걱거림이 평소 같았으면 거슬렸을 텐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그저 빨리 집으로 돌아가 퇴근할 쿠로를 기다리며 저녁을 준비하고 싶었다. 동그란 안경을 의사는 올리더니만 켄마와 시선을 맞춘다.

 

어머니는 언제 돌아가셨죠?

 

어떻게 아신 거죠?

 

환자..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

 

의사는 다시 안경을 고쳐 썼다. 착잡했다. 임신이라는 축복받아야 앞에서 이런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번을 해봐도 얘기는 힘들었다. 산모의 눈에는 처음 들어올 때와는 달리 기대와 희망이 가득했다. 미칠 것같다.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까.

 

아마 어머니가 코즈메씨 5 돌아가셨을 거예요? 맞죠?

 

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대로였다. 이건 유전으로 이어진 병이면 힘들었다. 중절수술만이 답이다.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코즈메씨. 도중에 끊지 말고 들어주세요. 하아,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까요. 코즈메씨는 임신을 없는 병에 걸렸어요. 선천적인 희귀병이죠. 세계 오메가 0.1% 해당하는 병인데 대부분이 유전이에요. 임신을 없는 병인데, 드물게 임신이 되기도 하죠. 엄청 낮은 가능성으로 인해서요. 표면적으로는 기적이죠. 하지만 좋은 기적이라고 없어요. 아이를 출산하는 순간부터 산모의 몸의 세포는 파괴되기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출산 직후, 일주일이면 산모가 사망했지만, 의학의 발전으로 인해 코즈메씨 어머니 세대는 5. 지금은 평균 8년까지 수명이 연장됐죠.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수명이 연장된다는 아니에요. 항암치료보다 힘든 치료를 견뎌내지 못해 대부분이 치료를 포기하고 3 안에 죽게 되죠. 그래도 희망이 아예 없는 아니에요. 중절 수술로 아이를 지우면, 몸에는 이상이 없을 겁니다. 병원 측에서 권장하는 중절 수술입니다. 나라에서도 케이스에 대한 중절 수술 비용을 지원하고 있고, 수술도 회복기간이 굉장히 빨라요.

 

이야기를 듣는 내내 켄마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쥐고 있던 핸드폰은 어느새 떨어져 켄마의 밑을 구르고 있었다. 핸드폰에서는 진동이 울렸다. 분명 쿠로겠지. 시간에 전화할 사람은 쿠로밖에 없었으니까. 켄마는 전화를 주울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의사의 말을 도중에 끊고 나왔다. 간호사가 뛰어와 핸드폰을 전해줬다.

 

중절 수술 보호자분이랑 상의한 다음에, 모레 내원해주세요.

 

뒤에서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간호사를 무시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많은 사람들로 인해 몸이 뒤로 밀렸다. 본능적으로 아랫배를 감쌌다. 아이가 있다는 인지하니 이런 행동들이 튀어나왔다. 잠깐이지만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어떻게 쿠로를 놀래켜 줘야 하나, 어떻게 임신을 축하할까, 아이가 여자일까? 남자일까?, 알파일까? 베타일까? 오메가일까?... 모든 부질없는 짓이었다. 아이는 세상에 태어날 없는 아이였다. 태어난다면 자신은 죽는다. 어떻게 결혼한 , 온전하게 행복을 얻은지 3년도 지나지 않았다. 근데 죽음이라니. 죽는다니. 아이와 자신의 목숨을 저울질하는 순간이 너무 힘들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우르르 빠져나가는 사람들에게 휩쓸려 일층에 내렸다. 병원 밖은 아직 환했다. 평소라면 힘들다고 택시를 탔을 걸어서 30분인 거리를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머리가 하얘졌다. 죽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쿠로와 사이에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를 닮고, 쿠로를 닮은 그런 아이. 나를 닮은 여자아이, 쿠로를 닮은 여자아이, 나를 닮은 남자아이, 쿠로를 닮은 남자아이. 어떤 아이던지 분명 사랑스러울 거다. 쿠로를 닮았으니 분명 사랑스러울 거다. 메마른 위로 눈물이 한줄기 흘렀다. 한줄기는 많은 눈물을 몰고 왔다. 후드득 눈물이 흘렀다. 주체할 없이 흐르는 눈물을 소매를 빼내 닦았다. 소매는 이미 젖은지 오래였다. 이럴 수밖에 없는 거지? 차라리 아이가 찾아왔다면.. 임신되지만 않았다면.. 핸드폰을 들어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번의 통화음 끝에 밝은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빠..

 

, 아들. 전화했어?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흐느낌이 심해졌다.

 

.. 임신이래... 죽는데... 엄마처럼, 엄마처럼 그렇게 죽는데..

 

수화기 너머로는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짧은 한숨이 들려왔다.

 

그래서, 낳을 거야?

 

짧은 문장을 말하기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알려주듯이 아빠의 목소리가 젖어있었다. 분명 울고 계실게 분명했다. 아들만은 피해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마와 똑같이 그렇게 아들을 생각하니 너무 가여워 눈물이 났다.

 

낳고 싶어.. 쿠로랑 닮은 아이.. 낳고 싶어. 근데... 죽고 싶지 않아. 아빠... 죽고 싶지 않아.

 

띄엄띄엄 말하는 아들의 목소리를 떨렸다. 죽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아들에게 솔직한 심정으로 중절수술을 권하고 싶다. 하지만 죽는 알면서도 켄마를 낳았던 아내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만약에 자신의 뜻대로 아내가 중절수술을 했다면 켄마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사랑하는 아들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아들이 원하는 하게 해주고 싶었다. 아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건 아들의 몫이었다. 부모로서 아들의 고통을 짊어줄 없었기에 이런 말밖에 해주지 못했다.

 

켄마... 애비는 네가 무슨 선택을 하든 편이다.

 

마음이 약해져 중절 수술을 강요하게 될까 응원의 말만 전하고 황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한참을 전화기를 붙들고 울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을 응원하던 아빠의 목소리가 주변을 맴도는 듯했다. 엄마가 자신을 포기했다면, 켄마는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엄마, 아빠를 세상에서 만나지 못했을거다. 사랑하는 쿠로를 만나지도 못했을 거고, 쿠로와의  아이도 가지지 못했을 거다. 통화를 통해 용기를 얻었다. 병원에 전화를 했다. 담당 의사를 연결해 주겠다는 직원의 이후 번의 통화 음이 울렸다.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하지 않는다.

 

-전화받았습니다. 도쿄 병원 산부인과 교수 와타나베입니다.

 

선생님. 아까 희귀병 진단받은 코즈메입니다.

 

-, 코즈메씨. 어떻게 남편분과 상의가 끝난 겁니까? 수술 일정 잡아드릴까요?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선생님. 낳으려고요. 아이 낳고, 치료받으려고요. 아이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죽더라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걸, 너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제가 저희 엄마한테 삶을 선물 받았듯이 저도 아이에게 선물해주고 싶어요.

 

-……코즈메씨 힘들 거예요. 많은 산모들이 견디지 못하는 치료예요. 괜찮겠어요?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후회하지 않아.

 

괜찮아요. 치료 열심히 해서 8년보다 오래, 아이가 커서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중학교에 입학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번의 봄이 지나, 아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그날까지 악물고 버틸 거예요…… 도와주세요. 선생님.

 

-.. 내일부터 내원하세요. 같이 치료 방향을 잡아보죠. 코즈메씨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한번 우리 해보자고요.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아랫배를 만져보았다. 판판한 배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였지만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나와 쿠로의 아이가. 켄마는 마트로 향해 소금 구이용 꽁치를 사고, 앞에 들려 애플파이를 샀다.

 

오늘은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쿠로에게 비밀을 만든 날이다. 평생을 못할 비밀.

내가 이겨내야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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