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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타는 소재임을 알려드립니다. 쿠로켄 + (아직 애니에 안나온)노헤비 다이쇼켄마입니다. )

밤 동안 다이쇼에게 시달리고 다음날 기방에 돌아갔을 때 행수가 찾는다는 걸 알고 행수의 방으로 갔다. 행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방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켄마가 방안으로 들어서자 행수는 켄마의 어제보다 핼쑥해진 얼굴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

 

다이쇼한테 불려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요즘 따라 널 부르는 횟수가 많아진 게 걱정이 되는구나. 난 너를 네 누이처럼 잃고 싶지 않아.”

 

자신을 끌어안는 행수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별 거부 없이 행수의 품에 안겼다. 켄마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행수는 누이와 자신의 가야금 스승이기도 했다.

 

누나가 다이쇼의 친구들에 의해 겁탈당하고 스스로 자살을 시도했던 나이가 열여덟이었다. 세 살 차이가 났던 누이는 기생이 되어 처음 화촉을 떼기 위해 다이쇼의 과거 합격 축하를 위해 연 연회로 불려나갔다. 연회가 파한 다음 다이쇼를 방 안에서 기다리던 누이는 갑자기 들이닥친 다이쇼의 5명이 넘는 친구들에게 겁탈을 당했다. 아무리 지금은 기생이라 할지라도 엄연한 사대부 여식이었던 누이는 견딜 수 없는 수치심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하여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

 

3년 전 그때 이후 누이를 볼 수 없었으나 다이쇼의 지원 덕분에 누이는 치료를 받고 있고 살아있다고 들었다. 누이가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는 서역에서 들여오는 값비싼 약재가 필요했다. 그 돈을 메꾸기 위해 별일을 다해 보았지만 약재를 사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했다. 다이쇼는 열다섯살의 어린 켄마를 불러들여 제안을 했다. 다이쇼가 누이를 책임지고 치료해주는 대신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첫 번째는 누이 대신 기생이 되는 것. 두 번째는 다이쇼의 장난감이 되는 것. 마지막으로 누이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 처음에는 어떻게 자신의 성을 버리고 여자가 되어 사냐며 거절을 하였지만 아무리 일을 해도 모아지지 않는 약 값으로 인해 다이쇼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이쇼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위해 다이쇼를 찾아갔던 그날 켄마는 남자로서의 자신을 버리고 여자로서의 기생으로서의 삶을 택했다.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남자로서 남자를 받아들였다. 누이가 치료받고 있다는 사실도 다이쇼를 만족시키면 기분이 좋아진 다이쇼가 상을 주듯 누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이쇼가 해주는 이야기로 누이가 치료를 잘 받고 있다는 걸 간간이 알뿐이었다.

 

행수의 방에서 나오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밖에 있는 노비를 시켜 바로 목욕할 준비를 할 수 있게 시켰다. 자신이 기거하고 있는 이 기방의 별채도 다이쇼가 지어준 곳이었다. 바로 밖에 있는 노비 3명도 다이쇼의 수족으로써 내 모든 것을 감시했다. 그들은 내가 뭘 먹었는지 누구와 이야기를 나눴는지 언제 잠에 드는지까지 모든 걸 지켜본 뒤 다이쇼에게 보고했다. 종종 찾아오는 손님들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보고를 올렸지만 다이쇼는 손님이 찾아오는 거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기생으로서 손님을 받는 건 당연한 거라며 나를 조롱했으니까. 그때부터 오기가 생겨 오는 손님들을 다 거부하고 이 별채에만 틀어박혔었다.

 

목욕물이 준비됐다는 노비의 말에 옷을 벗고 나무로 된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몸의 피로가 풀리는 것만 같았다. 다이쇼는 요즘 공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은지 켄마를 부르는 횟수가 잦아졌다. 원래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불려갔었지만 요즘은 다이쇼가 퇴궐하기만 하면 불려가 다이쇼의 장난감이 되었다. 거의 하루에 한 번씩 매일 불려가는 것 같았다. 욕조에서 몸을 일으키고 천으로 몸을 닦은 뒤 속곳을 입은 후 속치마와 속저고리를 걸쳤다. 서랍위에 올려둔 물빛 도포가 눈에 들어왔다. 도포를 보자 어제 일이 떠올라 기분이 나빠졌지만 도포를 들어 걸쳐 보았다. 속치마와 속저고리를 입은 채 도포를 걸친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켄마는 이런 존재였다. 남성과 여성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가련한 존재. 거울 속의 자신에게 조소를 보낸 후 거칠게 거울을 닫았다.

 

 

.

 

 

쿠로는 매일 입던 곤룡포가 아닌 남색 도포를 입고 있었다. 리에프 또한 도포를 입고 칼을 차고 있었다. 갓끈을 매는 쿠로의 행동이 꽤나 들뜬듯했다. 왕은 잠행이라는 미명 아래 보름에 한번 세자의 외출을 허락했는데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왕과 중전, 세자. 그리고 세자가 가장 신임하는 익위사인 리에프밖에 없었다. 동궁전의 몇 명 궁인들도 알고 있기는 하였으나 아무도 입 밖으로 그 사실을 내뱉지 않았다.

 

어디 먼저 가실 겁니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갓에 달린 옥구슬을 매만지던 쿠로는 리에프의 질문에 이가 드러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연히 맡겨둔 도포를 찾으러 가야지.”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한숨을 내쉬며 리에프는 쿠로의 뒤를 따랐다.

 

 

.

 

 

여유롭게 기루에 들어선 쿠로는 찾는 아이가 있냐는 행수의 말에 보름 전과 같이 켄마를 불러달라는 말을 했다. 행수도 저번과 같이 기대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행수가 방을 나가려는 순간 쿠로는 행수를 불러 세웠다.

 

보름전 맡긴 도포를 찾으러 왔다 전하시게.”

 

행수는 쿠로의 말을 듣고 얼은 듯 서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방을 빠져나갔다. 어김없이 차려진 술상 앞에 무료하게 앉아 창문을 열었다. 작은 다리 건너에는 전보다는 못했지만 다 떨어지지 않은 벚꽃나무가 홀로 서있었다.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벚나무 옆에는 별채로 보이는 가옥이 지어져 있었다. 작긴 하지만 기품 있어 보이는 건물이었다. 손님을 받는 방인가 싶어 유심히 지켜보는데 그 안에서 반가운 얼굴이 나왔다. 저번같이 풀어해진 머리가 아닌 화려한 가채를 올리고 화려한 은비녀와 뒤꽂이를 한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저번 같은 소녀스러운 면모는 없었다.

 

양단으로 만든 화려한 보라색 저고리에 고동색 치마를 입은 여인은 두 손에 물빛 도포를 들고 있었다. 자신의 도포를 소중하게 간직해 준 것 같아 쿠로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창문을 닫고 점잔은 척 술상 앞에 앉아 켄마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여인의 치마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보니 붉은 입술이 보였고 그 위로 고양이같이 눈꼬리가 위로 올라간 눈이 보였다. 깨끗한 화선지를 보는 듯 얼굴에는 그 흔한 생채기 하나 없었다. 흔히 볼 수 없는 서역인과 같은 황금색의 머리가 빛을 받아 반짝였다. 조심스럽게 술상 옆에 앉는 동작이 나비가 꽃 위에 앉는 듯 기품 있었다.

 

내가 기억나시오?”

 

과거의 인연은 기억은 나지 않으나 오늘의 인연을 소중히 여겨 앞으로 기억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명답이로군. 이래서 도성 최고의 기녀라 하나 보오.”

 

켄마의 대답이 마음에 드는 듯 쿠로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놓인 가야금을 보니 전에 상인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가야금 소리를 한번 들려줄 수 있겠소?”

 

죄송하지만 오늘은 연주하고 싶지 않습니다. 도포를 돌려 드렸으니 이만 일어서도 될는지요? 가봐야 할 곳이 있습니다.”

 

정중하지만 단칼에 끊어내는 켄마가 쿠로는 더 마음에 들었다. 절벽에 매달린 고고한 꽃 한 송이를 보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꽃을 꺾지 않고 화분에 옮겨심을 수 있을까.

 

과연 나라님이 와도 켄마가 연주하는 가야금 소리는 듣지 못한다는 게 사실인가 보군. 가야 할 곳이라는 게 다이쇼 집이오?”

 

지금 가야 하는 곳은 그곳이지만 나라님이 오셔도 못 듣는다는 건 사실이 아니 옵니다. 그저 오늘은 제가 연주할 기분이 아니기 때문에 거절한 것이옵니다.”

 

그럼 연주 말고 다른 일은 할 기분인가?”

 

은밀한 쿠로의 목소리에도 켄마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대꾸했다.

 

한 낯 기생의 얄팍한 자존심이라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몸을 파는 창기가 아니라 소리를 파는 기생이옵니다. 밤 시중을 들어줄 아이를 필요하시다면 다른 아이를 불러드겠습니다.”

 

자신이 할 말을 마치고 조용히 일어서는 켄마를 불러 세웠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문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에 더 흥미가 끌었다. 꺾을 수도 있었지만 꺾으면 언젠가는 시들게 된다. 천천히 길들여 자신의 발로 내 정원 안으로 들어서게 만들면 되는 거였다.

 

대작 정도는 해줄 수 있겠소?”

 

다음에 오실 때는 가야금 연주도 들려드리겠습니다.”

 

뜻밖의 대답에 미소가 번져 올랐다. 오늘의 무례를 사과하려 했으나 이미 켄마는 문밖으로 빠져나간지 오래였다. 뒤쫓아 나가 보았으나 이미 켄마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

 

허탈하게 웃으며 주저앉는 모습에 걱정이 되어 리에프는 손을 뻗어 부축을 하려 했으나 쿠로는 그를 저지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말 위에 올라타 고고한 학같은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기방에까지 따라 들어왔다. 호기심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너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순결한 처녀처럼 벚나무에 기대 잠들어있던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설렘을 가지고 다시 찾은 너는 먼저 다음을 기약하며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만난 시간을 다 합쳐도 반시진이 채 넘지 않는데도 너는 이렇게 내 마음속에 들어왔구나.

 

 

.

 

 

네 누이가 보고 싶지 않느냐?”

 

다이쇼의 말에 옷고름을 푸르던 손이 멈췄다.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다이쇼를 쳐다봤다. 다이쇼는 웃겨 미치겠다는 듯이 얼굴을 들어 웃었다.

 

그런 멍청한 얼굴을 한걸 보니 누이가 어지간히도 보고 싶나 보구나.”

 

보고 싶습니다. 보여주실 겁니까?”

 

강아지처럼 다이쇼의 발밑으로가 납작 엎드려 고개를 숙이는 켄마의 머리에 올려진 가채를 내렸다. 무겁던 가채가 내려가고 쪽 찐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꽂혀있는 수수한 나무 비녀가 마음에 들지 않아 나무 비녀를 잡아 뺐다. 머리를 고정하고 있던 비녀가 빠지자 탐스러운 머리가 흘러내렸다. 창문을 열고 나무 비녀를 던졌다.

 

이런 수수한 비녀는 내 취향이 아니다.”

 

창문을 닫지 않고 다이쇼는 밖에 있던 노비를 불러 준비한 걸 가져오라 이야기했다. 노비는 나무 상자들을 들고 왔다. 노비가 나가자 다이쇼는 열어보라는 듯이 손짓을 했다. 이안에 뭐가 들었을지 정도는 예상이 가능했다. 처치 불가능한 것들을 생각하니 지끈거려 오기 시작하는 머리를 잡고 나무 상자를 열었다. 예상대로 온갖 뒤꽂이며 비녀며 머리색과 맞는 가채, 노리개 등이 들어있었다. 여인이라면 반가울 선물이 켄마는 전혀 반갑지 않았다. 처치 불가능할 정도로 쌓여만 가는 장신구들을 모아둔 상자 때문에 방이 좁아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같은 기방 소속의 기녀들에게 나눠줬으나 다이쇼에게 들켜 그날 밤 갖은 고초를 겪었다. 방 한구석으로 처박히게 될 장신구들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는 순간 문이 열리고 온갖 화려한 저고리와 치마들이 들어왔다. 족히 수십 벌은 될 것만 같은 옷더미들을 보고만 있자 다이쇼는 가지고 나가라고 손짓했다. 노비들이 옷과 상자를 들고나가니까 방이 넓어진 느낌까지 들었다.

 

기방에 보내두라고 일렀으니 받아두거라. 나는 내 장난감이 허접한 옷을 입고 다니는 꼴은 볼 수 없거든. 네 누이는 내 언제 한번 보여주마.”

 

다이쇼의 말에 눈을 빛내며 켄마는 고개를 들었다. 누이를 볼 수 있다는 희망감에 오늘 있었던 모든 피로가 풀리는 것만 같았다. 다이쇼의 손이 저고리 속으로 파고들고 속저고리까지 한 번에 벗겨졌다. 치마는 어느새 발 밑으로 벗겨져있었고 속치마 밑으로 속곳까지 벗겨져 내려와 있었다. 속치마밖에 걸치지 않은 켄마의 치마 속으로 다이쇼의 손이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젖꼭지를 매만지는 손길이 여유로웠다. 익숙한 손길에 반응하듯 딱딱하게 자신을 세운 젖꼭지를 긴 손가락으로 농락했다. 손톱을 세워 양쪽을 긁어내리자 반응하듯 켄마의 입에서는 높은 신음소리가 났다.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신음소리에 만족하지 못한 다이쇼는 저번처럼 적극적으로 나오는 켄마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져 상위에 올려진 담뱃대 위에 불을 붙였다. 연기가 나오는 걸 본 후 켄마의 입에 물려주었다. 켄마는 저번같이 쓴맛이 나는 기체를 참고 빨아들였다. 훅 들어오는 연기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다시 한번 연기를 들이마시라는 듯 입에 담뱃대를 물려주는 다이쇼로 인해 다시 연기를 들이 마셨다. 구름 위를 떠다니듯 기분이 좋아졌다. 시야가 흐릿해졌고 몸의 근육이 축 늘어진 듯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눈은 반쯤 풀리고 젖꼭지 쪽에서 오는 쾌감에 몸이 배배 꼬였다.

 

하앙. 거기. 흐응. 좋아.”

 

한 번도 들려주지 않은 좋다는 소리와 함께 더 해달라는 애원에 다이쇼는 켄마에게 아편을 하게 한 보람을 느꼈다. 발딱 선 젖꼭지를 이로 물자 켄마는 자지러지듯 소리를 질렀다. 속치마 밑으로 손을 넣어 보니 이미 젖꼭지의 자극만으로 사정을 한 건지 치마 안쪽에 끈적한 정액이 묻어있었다. 손에 켄마의 정액을 충분히 묻어 구멍 안쪽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정액 덕에 원활하게 손가락이 들어갔다. 손가락을 길게 넣어 내벽을 긁자 또다시 찌르는듯한 심음 소리가 들려왔다. 켄마가 가장 잘 느끼는 곳이었다. 손가락을 늘려가며 구멍을 충분히 풀어주었다. 더 해달라며 안겨오는 켄마에게 상을 주기 위해 손가락을 빼고 단단히 성이 난 성기를 집어넣었다. 굵게 채워지는 느낌에 또다시 사정을 한 건지 바들바들 떨며 더 매달려오는 모습이 귀여워 이마에 입을 맞췄다. 중독만 조심한다면 아편은 괜찮은 물건 같았다. 켄마의 다채로운 신음소리가 하나의 노래같이 들려왔다.

 

네 가야금 소리보다 나만 들을 수 있는 네 신음소리가 더 아름답다.”

 

켄마는 쾌락에 빠져 알아듣지 못했지만 다이쇼 딴에는 애둘러 서툴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켄마의 앙앙거리는 신음소리가 점점 커지고 다이쇼의 움직임도 격해졌다. 깊게 들어가며 사정을 마친 다이쇼는 여운을 느끼며 켄마를 안고 이불 위에 누웠다.

 

켄마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건지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다이쇼를 쳐다보며 웃었다. 환각 속에서 누굴 보며 웃는 것일까. 궁금함도 잠시 켄마의 하얀 볼을 잡아당기자 더 아이 같은 미소를 보여주며 웃었다. 말캉한 볼의 촉감이 기분 좋았다. 켄마의 이런 모습은 3년 동안 보지 못했는데 웃는 모습도 꽤 괜찮은 것 같았다. 약의 효과가 떨어지면 다시 차가운 얼굴로 마주할 켄마가 생각나 지금이라도 이 모습을 즐겨놓자는 마음으로 켄마의 웃는 모습을 머리에 새겼다.

 

 

.

 

 

점점 다이쇼가 켄마를 찾는 횟수가 잦아들었다. 켄마는 옆에 놓아둔 상자를 열어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모으면 이 기적에서 이름을 내리고 누이와 함께 지방에 내려가 생활할 수 있다. 지금보다는 못한 생활이겠지만 이딴 여자옷을 입고 웃음을 팔고 몸을 파는 것보다는 백배 나았다. 누이를 치료하기 위한 약 값으로도 충분했다. 살집은 남쪽에 얻어두었으니 약 값과 생활비만 조금 더 모으면 됐다. 그동안 다이쇼가 사준 물건들을 팔면 쉽게 마련되는 돈이었으나 자존심상 다이쇼의 물건을 팔아 얻은 돈으로 누이와 살고 싶지는 않았다. 비록 기생질을 하여 번 돈이었지만 스스로 번 돈으로 누이와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최근에는 다이쇼의 말로 인해 손님을 받지는 않았지만 빨리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오늘부터라도 손님을 받아야 했다. 그래도 남자가 돼서 남자에게 술을 따르며 웃음을 파는 건 몇 년간 해왔던 일이었어도 역겨웠다. 그보다 더하게 남자로서 다이쇼에게 몸을 팔았지만, 날 여자인 줄 알고 옷 위로 살을 쓰다듬으며 은근한 눈빛으로 술을 건네는 남자들을 손님으로 받아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어제의 그 남자처럼 표정 하나 바뀌지 않으며 은밀한 농담을 던지는 사람은 딱 질색이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손님은 받고 싶지 않지만 돈은 벌어야만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늦봄의 햇살이 따사롭게 창을 통해 들어왔다. 복잡해진 머리를 비우기 위해 앙상한 가지만 남은 벚나무 밑으로 가야금을 가지고 갔다. 얇은 옷차림이었지만 나뭇가지들 틈을 뚫고 비치는 따뜻한 햇살 덕에 춥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푸릇푸릇 돋아난 잔디 위에 가지런히 신을 벗고 잔디를 방석 삼아 앉아 가야금을 다리 위에 올렸다. 손님을 받는 건물과는 떨어져 있어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눈을 감고 손을 가야금 현위에 올리고 누이가 가장 즐겨 연주하던 곡을 연주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그저 연주에만 집중해 있던 그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 감았던 눈을 떴다.

 

자신의 바로 앞에 쭈그려 앉아 눈을 감고 선율을 감상하는 남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어제 자신을 찾아온 무례한 남자였다. 아무도 들이지 않는 자신의 공간을 침범한 남자에 의해 표정이 굳어졌고 가야금 위를 돌아다니던 손을 거두고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쿠로를 쳐다봤다. 쿠로는 갑자기 끊긴 가야금 소리에 이상함을 느끼고는 켄마를 쳐다봤으나 노골적인 불쾌함을 담은 켄마의 얼굴에 개의치 않는 듯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 채 능청스럽게 말했다.

엿들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오. 그래도 다음에 만나면 들려준다 하시 않았소? 그 약속을 지켰다 생각하시오.”

 

뻔뻔하게 말하는 쿠로에 어이가 없었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떻게 하면 이 뻔뻔한 남자를 영원히 눈앞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제 연주에 대한 값은 꽤나 비싼 편인데 나리께서는 몰래 엿들으신 것이니 값을 더 치러주셔야겠습니다.”

 

가야금 소리를 나에게 팔겠다는 것이오?”

 

값을 지불하실 수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들려드리지요..... 허나 나리께서 감당하시기에는 무리가 있는 듯 하옵니다.”

 

조소와 함께 가야금을 들고 일어섰다. 이 정도 했으면 분명 자존심 때문에 다시는 자신을 찾지 않을 것이다. 신을 벗고 방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아니 닫으려 했다. 쿠로가 한 손으로 문을 잡고 막아서서 방문이 닫히는 걸 저지했다. 가야금을 벽에 세워두고 켄마가 쿠로를 째려보자 쿠로는 능청스럽게 방안으로 들어와 보료 위에 앉았다. 자신의 집인 듯 행동하는 태도에 어이가 없어 앉지도 않고 서있는 켄마에게 어서 앉으라며 상 앞에 있는 방석을 권했다. 무슨 소리를 하나 들어나 보자는 생각으로 방석 위에 앉아 쿠로를 쳐다봤다.

 

얼마에 팔겠소?”

 

한 곡당 백 냥이옵니다.”

 

...”

 

백 냥이라는 말에 놀랐는지 눈을 감고 생각하는 쿠로의 모습에 켄마의 얼굴은 밝아졌다. 아무리 집안에 돈이 많다고는 해도 한 곡에 백 냥이나 하는 가야금 소리를 사는 미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서 쿠로가 자신의 집에서 나가주길 바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무언가가 부딪히는 탁한 소리와 함께 책상 위에 비단으로 만들어진 붉은 주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무엇인가 쳐다보고 있으니 쿠로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주머니를 들어 켄마손에 붙들려줬다.

 

만 냥이오. 앞으로 아흔아홉 번 남았소.”

 

만 냥이라는 소리에 주머니를 열어 속을 확인하니 주머니 가득 엽전 꾸러미가 들어있었다. 만 냥의 무게를 알려주듯 주머니는 굉장히 무거웠고 컸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쿠로를 쳐다보니 쿠로는 능청스럽게 보료에 기대앉았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 하기에 한 만 냥 하나 했더니 백 냥이라니..하하. 싸게 팔아줘서 고맙소. 오늘은 가야금을 연주할 기분인 것 같으니 한곡 더 들려주시오.”

 

, 그리고 대작은 또 얼만지 알려주시오. 아예 지금 돈을 내고 가겠소.”

 

쿠로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켄마의 얼굴이 붉어졌다. 자신의 꾀에 도리어 자기가 넘어갔다. 약속은 약속이니 가야금을 잡고 방석에 앉아 연주를 시작했다.

 

다이쇼도 들어오지 못한 방에 들어와 연주를 듣고 있다는 걸 남자는 알고 있을까? 절대 이 별채만큼은 온전한 나만의 공간이었다. 그것을 존중해 다이쇼도 별채만큼은 들어오지 않았다. 몇 년간 지켜온 방에 어제 처음 본 남자가 들어와 보료에 기대 가야금 연주를 듣고 있다. 처음은 기분 나빴지만 연주가 시작되자 진지하게 눈을 감고 연주를 감상하는 남자의 태도로 인해 상했던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곡의 중반쯤 되자 쿠로의 몸은 점점 밑으로 내려가 보료 위에 완전히 누워있게 되었다. 가야금을 멈춰도 미동도 하지 않는 쿠로가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잠에든 것이었다. 가야금을 벽에 세워두고 남자의 곁으로 다가갔다.

 

갓을 쓴 채 잠에든 남자를 보며 어떻게 할까 고민했지만 밖에 사람을 부르면 분명 다이쇼가 붙인 노비들이 눈치챌게 분명했다. 아까는 셋 다 다이쇼의 부름을 받아 주변에 없었지만 지금은 분명 돌아와 있을 것이다. 꼼짝없이 세명이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 남자를 내보내야 했다. 조심히 문을 열어 밖에 놓인 쿠로의 신을 방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종이 위에 신을 놓아두고 보료 위에서 자고 있는 쿠로에게 이불을 꺼내 덮어주었다. 불편하게 갓을 쓴 채 잠이 든 쿠로의 갓을 벗겨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꺄악

 

순간 쿠로가 눈을 떠 켄마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옆에 눕혔다. 도망가지 못하게 다리 한쪽을 켄마의 몸 위에 올리고 팔로 켄마를 끌어안았다. 갑자기 터져 나온 큰 비명 소리에 놀란 듯 밖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으십니까?”

 

자신의 안위를 물으며 금방이라도 문을 열 것 같은 남자 노비의 그림자에 켄마는 다급하게 대답했다.

 

발을 헛디뎌 넘어져서 그러네. 별일 아니니 다들 볼일 보게.”

 

밖의 소리가 멀어지자 켄마는 눈을 흘기며 쿠로를 쏘아봤다. 켄마의 시선을 피하듯 쿠로는 눈을 감고는 더 강하게 켄마를 끌어안으며 빠른 손놀림으로 켄마의 가채를 내리고 머리를 고정시킨 비녀를 빼내었다. 풀어진 머리에 얼굴을 묻으며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켄마를 안았다.

 

가만히 내 품에서 잠들어 주시오. 피곤하여 아무 생각도 들지 않으니 걱정 마시오.”

 

쿠로의 팔에서 벗어나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켄마로 인해 쿠로는 더 단단히 켄마를 품에 안으며 이불을 덮어주었다. 쿠로의 가슴을 밀며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하는 켄마의 두 손목을 잡았다.

 

이렇게 자극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는 장담 못 하오

 

말의 뜻이 알아듣지 못한 듯 벗어나려 하는 켄마의 다리에 옷 밑으로 단단하게 서있는 쿠로의 분신이 느껴졌다. 순간 얼굴이 달아오른 켄마는 저항을 포기한 듯 몸에 힘을 뺐다. 만족스럽다는 듯이 쿠로는 켄마를 끌어안은 채 잠에 들었다. 켄마는 잠이 든 듯한 쿠로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매듭을 풀어 갓을 풀어 밑에 내려 두었다. 잠이 깊게 든 듯 팔과 다리에서도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불을 잘 덮어준 뒤 밖으로 나오자 은발머리의 남자가 문 앞에 서있었다.

 

저분의 동행이십니까?”

 

그렇습니다. , 아니 도련님은 안 나오십니까?”

 

잠드셨습니다. 깨워도 일어나시지 않을 듯합니다. 밤에는 사람이 없으니 그때 가시면 될 듯합니다.”

 

대답을 하면서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는 켄마의 모습에 리에프는 켄마가 노비들을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노비들은 아까 남자가 와서 데려갔습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나갈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혹시 장옷 하나를 빌려도 되겠습니까?”

 

리에프는 켄마의 옆을 스쳐 지나가 방안으로 들어가 쿠로를 업었다. 켄마도 리에프를 따라 들어가 평상시에 잘 입지 않는 다홍빛 장옷을 꺼내 리에프에게 내밀었다.

 

도련님 위로 장옷을 덮어 제 목에 매듭을 지어주십시오.”

 

리에프 말대로 하니 여인을 업고 있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장옷 안의 사정을 아는 켄마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문을 열어주었다. 리에프는 쿠로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기방을 빠져나갔다.

 

리에프의 등에 업혀 궁으로 이동하던 쿠로는 옛날 어릴 적 보모상궁의 등에 업혀 잠을 자던 꿈을 꾸며 리에프의 등에 기대 단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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