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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타는 소재임을 알려드립니다. 쿠로켄 + (아직 애니에 안나온)노헤비 다이쇼켄마입니다. )

 

벚꽃이 한창인 봄날 쿠로는 봄과 어울리는 연한 물빛 도포와 평상시 쓰지 않던 갓을 쓴 채 시전을 둘러보았다. 봄이라 그런지 화사한 봄옷을 차려입은 여염집 규수들이 몸종을 데리고 노리개나 댕기를 구경하는 게 눈에 보였다. 사치스러운 비단 댕기와 자수가 들어간 저고리와 치마가 눈에 밟혔다. 화려한 복색의 여자 앞에서 노리개를 흥정하며 판매하는 상인의 소매는 몇 번을 게워서 입었는지 천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지경이었다. 치마에는 벌써 2개의 옥 노리개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자는 그 자리에서 5개의 노리개를 사서 몸종에게 던지다 싶이 맡긴 후 다시 물건을 구경했다.

 

사치로군.”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사치스러운 여인의 행각을 지켜봤다. 옆의 가게로 건너가 고민 한번 없이 비단천을 쓸어 담는 여인에게서 눈을 떼고 시전을 한번 둘러보았다. 물건을 흥정하는 소리와 상품을 홍보하는 상인들의 목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활기찬 분위기가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상품들의 가격은 다 조사가 끝났다. 이만 궐로 돌아갈까 하는 마음에 발을 돌리는데 규칙적인 말발굽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고개만 비틀어 옆을 쳐다보니 저 멀리서 여인이 탄 말을 끄는 남자가 보였다. 점점 가까워져 말위에 비스듬히 앉아 있는 여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런 수도 들어가 있지 않은 선명한 붉은 저고리와 대조적인 검은색의 치마를 입은 채 화려한 가채를 올린 채 전모를 쓴 여인의 얼굴은 새하얗다 못해 창백했다. 피부는 혈색 하나 없이 눈처럼 창백했지만 대조적으로 입술은 자신이 입은 저고리와 같이 붉은색이었다. 무심한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여인은 말에 비스듬히 앉은 채 부채를 들어 얼굴을 가렸다. 여인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바람이 불어 벚꽃이 흩날렸다. 그림 속의 한 장면 같은 영롱한 장면에 넋이 나가있던 쿠로는 여인의 사라지는 뒷모습만을 쳐다보았다. 여인이 멀어지자 정신을 차리고 옆에서 댕기를 팔던 상인에게 말을 붙였다.

 

저 여인은 누구인가?”

 

상인은 쿠로의 질문을 듣고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쿠로를 위아래로 훑었다.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리께서는 타지 분이십니까?”

 

타지 사람은 아니지만 일단 쿠로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상인은 역시나..라는 말을 하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지나간 여인은 화련각의 켄마라는 기생이옵니다. 도성 최고의 여악이라 칭송받는 기생인데 서역의 이양인과의 혼혈이라 그런지 머리색이 벌꿀과도 같습죠. 한번 만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기생인데 나리께서는 도성에 올라오시자마자 보시고.. 운이 좋으셨습니다.”

 

아름답기는 하나 도성 최고의 여악까지는 아닌 거 같은데.”

 

미모도 미모지만, 켄마가 최고의 여악이라 불린 이유는 따로 있습죠. 바로 가야금입니다. 켄마의 가야금 소리 한번 들어보겠다고 화련각으로 찾아가는 양반 나리들은 많지만 대부분 허탕을 치고 돌아 옵습죠. 아마 나라님이 시켜도 연주하려 하지 않을 겁니다. 은인이라던 다이쇼 집안에는 오늘처럼 종종 연주를 하러 가는 것 같긴 하지만요.”

 

나라님이 시켜도 연주하지 않는다라... 웃음이 나왔다. 앞에서 목을 높여 켄마의 가야금 솜씨를 칭송하는 남자를 보니 흥미가 생겼다. 한번 들어보고 싶어졌다. 화련각은 여기와 멀지 않았다. 궁금증을 풀어준 남자에게 고맙다는 표시로 돈을 준 뒤 화련각을 향해 걸었다.

 

다이쇼라하면 도성 상권을 장악한 상인 집안이었다. 3년 전에 그 집안에서 과거 합격자가 나와 지금 이조에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그 이름이.. 그래.

 

다이쇼 스구루.

 

다이쇼 스구루였다. 스치면서 본 기억이 나는데 상인 집안답게 융통성이 있었으며 또 강직한 면도 있어 특이했고, 뱀과 닮은 얼굴이라 처음에는 위화감을 느꼈지만 들려오는 소문이 깨끗하고 주위 평판이 좋은 게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런 다이쇼 집안이 은인이라..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순간 고개를 드니 벌써 화련각에 도착해있었다. 기방답게 누구의 출입도 막지 않겠다는 듯이 활짝 열려있는 대문에서는 이른 시각이지만 여색을 찾아 날아든 남자들의 웃음소리와 귓가를 간질거리는 교태 어린 여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방 안으로 들어가자 방으로 안내되고, 나이가 있어 보이는 한 명의 기생이 따라 들어왔다.

 

찾으시는 아이가 있으신지요?”

 

켄마라는 기생이 있다 들었는데..”

켄마라는 이름이 나오자 여자의 얼굴을 묘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금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표정을 풀며 여인은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한 뒤 일어났다. 나가기 위해 문을 열고 문가에 기대 여인은 다시 뒤로 돌아 나를 쳐다봤다.

 

나리께서 7번째십니다.”

 

“7번째?”

 

오늘 켄마를 찾은 7번째 남자라는 뜻입니다. 그중 한 명도 켄마를 보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처음이신 것 같아 괜한 기대하지 마시라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 말을 끝으로 여자는 문을 닫고 나갔다. 7번째라는 소리를 들으니 더 흥미가 생겼다. 오늘 안으로 꼭 켄마라는 기생의 얼굴을 다시 볼 것이다.

 

제대로 다시 본다면 여느 계집들과 다를 것이 없겠지.

 

나와있는 술상의 술을 잔에 따르며 방안을 훑어보았다. 보료와 병풍, 간단한 술상만이 전부인 공간이었다. 이것과 똑같은 공간이 이 기방에는 몇 수십 개가 존재할 것이다. 창을 열어 밖을 보니 계절을 말해주듯 벚꽃이 만발해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벚꽃을 보니 이것도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아 벚꽃을 안주 삼아 술을 들이켰다. 달달한 과일주의 풍미가 썩 나쁘지 않았다. 창틀에 기대 벚꽃나무를 바라보니 나무 뒤에 작은 사람이 앉아있는 게 보였다. 제각기 여색과 풍류를 탐하기 바쁜 기방에서 누가 저리 나른한 잠을 자나 궁금해져 방 밖을 나서 작은 다리를 건너 건너편 벚꽃나무를 향해 발을 옮겼다.

 

나무에 기대 나른한 낮잠을 자고 있는 의외의 사람을 발견했다. 시원한 봄바람이 불어 바람이 나무 밑에 있는 여인의 머리에 내려앉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화장기가 하나도 없는 얼굴에 머리조차 땋지도 않고 풀어헤친 모습은 신선했다. 아까 본 인위적인 모습보다 이쪽이 더 좋은 것 같았다. 바닥에 길게 끌리는 머리카락은 빛을 받아 황금을 녹여 뽑은 실같이 반짝였다. 아까의 붉은 저고리가 아닌 얇은 물빛 저고리에 밝은 상아색의 치마는 더 여인은 제 나이 소녀처럼 보이게 해줬다. 가까이 가니 숨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나쁜 꿈이라도 꾸는 건지 표정이 안 좋았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표정이 풀어진 게 간간이 미소를 보여주기도 했다. 아까의 무심했던 모습과는 전혀 연결이 안 되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걸렸다.

 

켄마의 옆에 앉아 나무에 기댔던 머리를 자신의 어깨 위로 기댈 수 있게 움직였다. 편한 듯 머리를 올리고 새근새근 숨을 내뱉는 소리에 쿠로도 잠이 오는듯했다. 그렇게 켄마의 머리 위에 쿠로도 머리를 기대고 벚꽃의 비를 맞으며 낮잠에 들었다.

 

 

.

 

 

저하. 일어나셔야 하옵니다. 궐로 돌아가셔야 하실 시간이옵니다.”

 

마찬가지로 도포와 갓을 쓴 익위사인 리에프가 자신을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잠이 든지 몇 시간이 지났느냐?”

 

반 시진(1시간)정도 지났사옵니다.”

 

시간이 지난 걸 알려주듯 햇빛은 저물어 어두웠다. 옆의 여인은 반 시진 전처럼 내 어깨에 기대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조심스럽게 머리를 들어 나무에 기댈 수 있게 한 뒤 일어섰다. 오랜만에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던 것 같았다. 한기가 느껴졌다. 해가 떨어지면 더한 추위가 찾아올 것이다. 옆에 있는 켄마의 복색을 눈으로 한번 본 다음 도포를 벗어 그 위에 덮어주었다.

 

리에프. 붓과 종이를 다오.”

 

 

.

 

 

켄마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상현달이 밝게 떠있는 밤이었다. 눈을 떴을 때 느껴진 따듯함에 고개를 숙여 보니 남자의 도포가 덮어져있었다. 도포에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 공간은 켄마의 공간인지라 아무리 행수라 할지라도 들어오지 못하는 온전한 켄마만의 공간이었다. 이런 자신의 공간에 낯선 사람이 들어왔다는 불쾌감보다는 손에 들린 물빛 도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났다. 도포를 이리저리 보아도 도포는 그저 도포였다. 그때 왼쪽 손목에 묶여있는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도포와 연관이 있을까 싶어 펴보니 단정한 필체로 한 문장이 쓰여있었다.

 

-보름 뒤, 다시 만나러 올테니 그때까지만 도포를 맡겨주시오.-

 

이게 끝이었다. 이름이나 자기에 대한 소개 같은 것도 적혀있지 않은 그저 다음에 올 때까지 도포를 맡겨달라는 말. 누구일까? 의문을 가지며 켄마는 도포와 종이를 챙겨 벚꽃나무 앞에 있는 별채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켄마가 기거하는 별채는 삭막했다. 사람의 온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방이였다. 작은 화장대와 서랍, 옷가지들과 보료, 이불과 가야금이 끝이었다. 켄마는 도포를 조심히 접어 서랍 위에 올려두고 종이는 곱게 접어 서랍 안에 넣어두었다. 온정을 베푼 사람의 물건을 함부로 취급을 할 순 없어 맡아두기는 했으나 모르는 사람의 친절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달갑게 받아들였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생각이 많아지자 켄마는 그 생각을 지우기 위해 가야금을 꺼내들었다.

 

 

.

 

 

아직 빈 마마도 들이지 않으셨는데 기방에 먼저 출입하신 걸 전하께서 아신다면 불호령을 내리실게 분명합니다.”

 

너만 입다물면 되지 않겠느냐. 안 그러냐 리에프?”

 

절 너무 믿지 마십시오. 저하.”

 

둘이 있을 때만은 어렸을 때처럼 테츠로라 불러달라고 그렇게 말했거늘. 그리고 내가 친우를 안 믿으면 누구를 믿겠느냐?”

 

명이라 할지라도 세자 저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없사옵니다.”

 

내가 장차 왕이 되어 어명을 내려도 안되는 것이냐?”

 

“..... 제가 익위사에서 운검이 되더라도 절대 저하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누가 운검 시켜준다더냐.”

 

“............”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며 쿠로는 서책을 넘겼다. 어느새 밤이 깊었다. 켄마는 아직도 벚나무 밑에서 단잠에 빠져있을까. 벚나무 밑에서 잠을 자던 켄마가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다. 아직 나이가 어린 것 같던데 도성 제일의 여악이라... 오늘 두 번째로 만난 켄마는 도성 제일의 여악이라는 위엄 있는 칭호는 어울리지 않는 그저 소녀였다. 작은 소녀.

 

 

.

 

 

켄마는 가야금을 내려놓고 저고리를 벗었다. 잠에 들기 위해 자리옷으로 갈아입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저고리를 벗자 드러나는 붉은 흔적들에 눈이 찌푸려졌다. 내일도 오늘처럼 다시 다이쇼 스구루를 만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기방을 나서야 했다. 치마를 벗고 속에 입은 속치마가 벗겨지자 켄마의 상반신이 드러났다. 분명 여인의 옷을 걸치고 있었지만 드러난 상반신은 켄마의 성별을 증명하듯 봉긋이 솟아오른 다른 여인들과 달리 납작했다. 마지막으로 속곳이 벗겨지자 켄마의 성별은 더 확실하게 나타났다. 남성임을 증명하는 성기와 몸 위를 수놓은 붉은 자국들과 멍. 왼쪽 엉덩이 위에 작게 새겨진 스구루라는 한자를 손바닥으로 문질렀지만 지워지지 않는다. 이미 오래전에 찍혀진 낙인이 지금에 와서 힘껏 문지른다고 지워질 리가 없다. 옆방으로 건너가 미리 준비가 되어있는 나무 욕조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오늘 하루 동안 다이쇼에 의해 혹사당한 몸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물 안으로 머리끝까지 몸을 담갔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 답답한 물속이 꼭 지금 자신의 상황과도 같게 느껴져 우스웠다. 숨 쉴 틈이 없었다. 지금은 물 밖으로 나와 숨을 쉬면 되지만 내 인생은 그러지 못 했다. 숨 쉴 공간조차 없었다. 내일도 또다시 다이쇼의 집으로 끌려가 오늘처럼 끝도 없이 범해질 것이다. 한동안은 잠잠하다 싶더니만 어젯밤에 갑자기 불러내 혼자 하는 걸 보고 싶다며 수치를 줬고, 밤새도록 범하고 일어나 또다시 범했다. 자신의 욕구를 푼 다음 이젠 돌아가 봐야 하지 않겠냐며 말을 태워 돌려보냈다.

 

이틀에 걸쳐 너덜너덜해진 몸을 이끌고 말에 올라탄 순간 느꼈다. 항상 태워 보내던 가마가 아닌 말에 태운 이유를. 이틀 동안 범해진 밑은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있었다. 말이 움직일 때마다 예민해진 밑을 자극했다. 아픔에 허리를 세우고 앉을 수도 없었지만 조소를 띄운 채 지켜보는 다이쇼에 반항하듯 허리를 한껏 편 채 비스듬히 앉아 꼿꼿한 자세로 다이쇼의 집을 빠져나왔다. 혹시라도 따라와 지켜볼까 싶어 허리 한번 굽히지 않았다. 다이쇼가 가장 좋아하는, 다이쇼가 사준 붉은 저고리와 검은색 치마를 두른 채 화려한 가채를 올리고 전모를 쓴 후 짙은 화장을 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저 연주를 하고 나온 여악처럼 긍지 있는 자세로 다이쇼의 집안을 빠져나왔다.

 

창기보다도 더 더럽게 굴려졌던 지난밤을 기억하는 다이쇼는 대놓고 그런 내 모습을 비웃었으며 조롱했고, 즐거워했다. 수치심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리기 위해 다이쇼가 사준 부채로 얼굴을 가렸다.

 

오늘의 일이 다시 떠오르자 죽고 싶은 마음이 떠올랐다. 하지만 내가 죽게 된다면 누이를 책임질 사람이 사라지게 된다. 내가 죽는다면 누이에 대한 지원은 끊기게 될 것이다. 자살을 염두에 둔 적은 많았지만 그때마다 다이쇼는

 

네가 타의든 자의든 죽는 날. 그날이 네 누이도 죽는 날이야.‘

 

그 이후로 생각만 했지 죽으려 한 적은 없었다. 나를 키우기 위해 몸을 던진 누이를 위해서라도 나는 죽을 수 없었다.

 

 

.

 

 

또다시 원치 않던 아침이 찾아오고 다이쇼 측에서 아침 일찍 사람을 보내왔다. 어제 일에 대한 사과라며 가마를 보내온 태도에 어이가 없어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일꾼들은 가야금을 챙기고 옷을 챙겨 입은 채 화장도 하지 않고 비녀만 찔러 머리를 올린 뒤 가마에 올라탔다. 기루를 빠져나와 다이쇼의 집으로 향해 가는 동안 창을 조금 열어 그 공간 사이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많은 사람들이 내 옆을 지나갔다. 점점 길에 사람들이 줄어들자 창문을 닫았다. 다이쇼의 집에 가까워졌다는 뜻이었다. 몇 분 뒤 멈추는 느낌이 들고 땅에 가마가 내려지는 게 느껴졌다. 가마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뻗자 문이 열렸다. 가마꾼인가 싶어 고개를 내밀어 바라보니 다이쇼였다.

 

다이쇼라는 사실에 표정을 굳히며 가마 밖으로 나왔다. 다이쇼는 다정한 척 손을 잡아주며 나를 자신의 방으로 이끌었다. 다이쇼와 함께 방안으로 들어가자 가야금을 놓고 빠져나가는 일꾼에게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말과 함께 방문을 닫았다. 이불이 도톰하게 깔려진 바닥으로 켄마를 눕히며 다이쇼는 비녀를 풀었다. 비녀를 빼자 머리카락을 고정하고 있던 머리가 풀어지며 바닥에 금수를 놓았다.

 

그래. 어제는 잘 들어갔더냐? 말을 내준 것이 혹 섭하지는 않았더냐?”

 

걱정해주신 덕에 잘 들어갔습니다. 말을 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 그럼 내일 돌려보낼 때도 말에 태워 돌려보내야겠구나. 그럼 또 그 우스운 꼴을 볼 수 있지 않겠느냐. 세상 가장 더러운 창기가. 아니 남창이 여악인척, 고결한척하는 그 모습을 말이다.”

 

말에 태워 보낸다는 말에 얼굴이 1차로 굳어졌고, 남창이라는 말에 2차로 얼굴이 굳어졌다. 굳어진 표정을 조롱하듯 다이쇼는 켄마의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이 깨물린 아픔에 신음소리를 냈다.

 

여인의 옷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내가 안는 네가 여인인지 사내인지 분간이 안 갈 때가 종종 있더구나. 그래서 오늘은 사내의 옷을 입은 너를 안으면 어떨까 생각을 해봤는데 좋은 생각이지 않느냐?”

 

머리맡에 개켜진 남자 옷과 망건, 갓을 가리키며 다이쇼는 켄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택권은 없었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었다. 노란색 저고리와 붉은 치마를 벗고, 속저고리와 속치마를 벗었다. 버선을 벗고 다이쇼가 가리킨 옷가지를 쳐다봤다. 분명 어렸을 때 입었고, 다이쇼가 입을 때도 봤지만 어떻게 입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속곳만 입은 채 이불 위에 앉아 옷을 들고 있으니 다이쇼는 어서 입으라는 듯이 누워서 켄마가 하는 행동을 지켜봤다. 일단 앞에 놓인 커다란 버선을 집었다. 신었는데도 한참이 남는 버선은 아마 다이쇼의 것인듯했다. 속저고리를 찾아 입는데 속저고리 또한 품과 길이가 긴게 켄마와는 맞지 않았다. 아마 이 옷가지들은 다 다이쇼의 것인듯했다. 입는 순서도 익숙지 않아 계속 틀리자 다이쇼가 일어나 옷을 입혀주었다. 발목의 데님을 매주고 도포의 끈을 정리해주었다. 망건을 잡고 상투를 틀어 갓을 씌워주었다. 거울에 비친 도포를 입고 갓을 쓴 내 모습이 익숙해야 정상이었지만 불편하고 어색했다. 어색한 느낌에 갓을 벗고 도포를 벗으려 하니 다이쇼가 막아섰다.

 

난 갓을 쓴 네가 연주하는 가야금이 듣고 싶구나.”

 

말없이 가야금을 꺼내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기분 좋다는 듯이 들어와있는 술상에 있는 떡을 집어먹으며 보료에 몸을 기대 눈을 감고 가야금 선율을 감상했다. 한 곡의 연주가 끝나자 상이라며 한잔 술을 따라주는 다이쇼의 손에서 술잔을 받아 술을 마셨다. 목이 타들어가는 술의 느낌에 표정을 찌푸리자 다이쇼는 호탕하게 웃었다.

 

서역에서 들여온 술인데 네 입에 맞는듯하구나. 이리 와서 한잔 더 받거라.”

 

또다시 따라주는 술을 삼키며 눈을 감았다. 속에서 불이나 는 느낌이었다.

 

네가 좋아할 줄 알았다. 다 마시거라.”

 

입을 벌리게 만들어 병째 들이 붙는 술을 억지로 한 병 다 마시니 정신이 아찔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기루에 있으면서 웬만한 술은 다 마셔봤다 자신했건만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핑핑 도는 것 같은 세상에 머리가 어지러웠고 몸이 뜨거워졌다. 취기와 더위에 갓을 벗고 도포자락과 저고리를 풀어헤쳤다. 그래도 더위가 사라지지 않았다.

 

반응이 오는듯싶구나. 서역에서 같이 들여온 최음제라는 건데, 네 생각이 나서 술에 넣어봤다. 적정량 보다 두 배는 많이 넣어 걱정됐었는데, 네가 이리 좋아하니 나도 기쁘구나.”

 

다이쇼의 손에 의해 바지가 벗겨지고 속곳이 드러났다. 속곳 사이로 약의 효과로 인해 발기한 성기의 모습이 비쳐보였고 다이쇼는 손으로 그 위를 훑었다. 얇은 속곳을 통해 전달되는 자극에 팽팽하게 부푼 성기에서 나오는 액으로 인해 천 앞부분이 젖어들어갔다. 최음제와 몇 년 동안 받아온 익숙한 자극에 의해 켄마는 본인 스스로가 속곳을 내린 채 이 이상한 흥분에서 벗어나고자 자신의 분신에 손을 대려 했으나 다이쇼에 의해 저지당했다. 다이쇼는 켄마의 밑구멍에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몇 년 동안 자신이 개발해왔고 써왔던 곳은 익숙한 손가락의 침입을 막거나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15살 때부터 켄마의 성감을 개발시켜온 다이쇼로써는 뒤의 자극만으로 켄마를 사정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그 주변만 배회하며 켄마의 흥분을 지속시켰다. 만족스러운 사정감을 느끼지 못한 채 오랜 시간 발기되어있던 성기에서 아픔이 찾아왔고 억눌린 흥분으로 인해 켄마는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인위적인 흥분으로 인한 가쁜 숨을 내쉬며 얼굴과 눈가가 붉어진 채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흥분한 다이쇼는 흐르는 켄마의 눈물을 혀로 핥으며 충분히 풀어진 켄마의 구멍 안으로 빠르고 깊숙하게 들어갔다. 정확하게 켄마가 느끼는 곳을 단번에 찔러오는 다이쇼의 단단한 성기로 인해 켄마는 사정할 수 있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쾌감과 사정감으로 인해 켄마의 몸은 나른해졌지만 다이쇼는 아직이었다. 켄마가 사정감으로 인해 몸이 축 처지자 서랍위에 올려뒀던 작은 약병을 꺼내 켄마의 입을 강제로 연채 최음제를 흘려보냈다. 꽤 많은 양이 희석되지 않은 채 들어가자 약효는 빠르게 왔다. 늘어진 몸이 다시 흥분에 싸여 발기하였지만 그뿐이었다.

 

다이쇼는 켄마의 반응이 재미가 없어지자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손을 뻗어 담뱃대를 집어 들었다. 불씨를 그 안으로 넣고 긴 담뱃대를 켄마에게 물게 한 뒤 깊게 들이마시게 했다. 켄마는 종종 다이쇼가 담배를 피게 하기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이유인가 싶어 한 모금을 깊게 들이 마셨다. 담배와는 다른 쓴 연기에 계속 기침을 하였다. 다이쇼도 한 모금 마신 뒤 담뱃대를 물에 담가 불씨를 제거했다. 켄마는 슬슬 약효가 오는지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아마 환각이 시작된 거 같았다. 좀 더 적극적으로 허리를 흔들었고 다이쇼의 목에 팔을 감으며 먼저 입을 맞추는 등 적극적으로 관계를 가졌다.

 

매번 들려주었던 억눌린 신음이 아닌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신음소리를 들려주며 다이쇼에게 매달려왔다. 다이쇼도 약과 자극적인 켄마의 모습에 더 정력적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망건을 하고 상투를 튼 채 자신의 위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허리를 흔드는 켄마의 모습은 색스러웠다. 하지만 상투를 튼 쪽보다 머리를 풀어헤친 쪽이 더 좋은 것 같아 손을 뻗어 망건을 고정하고 있던 실을 풀자 금사가 풀어지듯 풀리는 금빛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켄마는 지금 어떤 환각을 보고 있는 것일까? 궁금했지만 쓸데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켄마가 제정신이 아닐 때 더 자극적인 자세로 켄마를 범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켄마를 일으켰다. 켄마를 일으켜 벽을 짚게 한 뒤 뒤에서 삽입을 하는 건 자극적이었고, 새로웠다. 더 깊숙한 곳까지 도달하는 느낌에 쾌감은 최고치까지 이르렀다. 켄마도 더 전과 다른 자극에 신음소리가 격해졌고 사정감이 가까워지자 켄마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사정의 순간 깊숙이 자신의 분신을 묻고 켄마를 끌어안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건지 켄마는 다이쇼의 다리에 몸을 맡긴 채 어정쩡하게 서있었다. 나른한 사정감에 켄마를 안고 이불로 돌아와 위에 눕혀주었다. 아편과 최음제로 인한 흥분감과 급격한 체력 소모로 인해 정신을 잃은 듯했다. 켄마가 잠이 들어 더 이상 할 수 없었지만 아직 낮이었다. 오늘 밤을 기대하며 켄마 옆에 누워 나른함에 몸을 맡긴 채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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