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켄쿠로]

[켄쿠로]교생선생(2)

해융 2016. 4. 10. 16:54

 

?”

 

내 앞에 앉아있는 학생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바보같이 반문했다. 벗으라고? 뭐를? 목적어가 제대로 들어있지 않은 문장은 뜻을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간단한 세 글자였음에도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뭘 벗으라는 거지? 내가 더워 보였나?

 

그 옷, 벗으라고요.”

 

코즈메는 긴 검지를 뻗어 내가 입고 있는 양복을 가리켰다. 4월 말인데도 불구하고 양복을 재킷에 넥타이까지 맨 내 모습은 솔직히 더워 보이기는 했다. 실제로도 더웠고. 학생에게 도둑질을 들켰다는 창피함과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져있었고, 혹여라도 학교에 신고할까 봐 긴장돼 땀까지 나고 있었으니 더워 보였을 거다. 선생의 컨디션까지 신경써주고 보기와는 다르게 코즈메는 꽤 친절한 학생 같았다. 잘만 말하면 동영상도 지울 수 있을 거 같다. 검은색 양복의 재킷을 벗어 소파에 걸고 시원하게 소매 단추를 풀어 셔츠를 걷어 올렸다. 코즈메 말대로 옷을 벗으니 올랐던 열기도 내려간 거 같았고, 혼잡했던 머릿속도 차분하게 정리돼 가라앉았다. 어떻게 하면 앞에 있는 코즈메를 구슬려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정말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듯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들리는 한숨소리에 코즈메는 내 쪽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소파에 앉아 발밑을 쳐다보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상대는 보기와는 다르게 친절하고 18살의 바보 같은 남학생이다. 이 정도도 못 속인다면 나는 쿠로오 테츠로가 아니다. 아까는 당황해서 비굴하게 애원했지만

 

코즈메. 사실... 선생님은 도벽이라는 병을 앓고 있어. 종종 술이 들어가거나 정신이 온전하지 못할 때 도벽 증상이 나타나는데. 항상 다음날 술에서 깨면 상점에 찾아가 사정을 말하고 훔친 물건을 돌려주거나, 값을 지불해왔단다. 어제도 그런 경우였고. 고치려고 치료도 받아보고 노력도 해봤지만 악화되기만 할 뿐 좋아지지는 않았어. 이런 사정을 봐서라도 이번 일은 넘어가 주면 안 되겠니?”

 

진정성을 담아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며 중간중간 목이 쉰듯한 쇳소리를 섞어가며 정말 하기 힘들고 괴로운 이야기를 하듯 중간중간에 머리를 움켜쥐며 한숨을 깊게 내수면서 말했다. 중학교 때 연극반에 들어가 힘들게 배웠던 연기가 이제야 빛을 보는 듯했다. 코즈메에게 말한 건 다 거짓이었다. 도벽이라는 병을 앓고 있지도 않고 치료를 받으려 하지도 않았다. 물건을 훔칠 때 느껴지는 스릴감을 느끼기 위해 훔쳤던 것뿐이다. 병 따위가 원인은 아니었다. 물건을 변상했다고 말했지만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왜 굳이 애써 훔친 물건을 돌려준단 말인가? 그런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는다.

 

살짝 고개를 들어 코즈메의 눈치를 보는데 코즈메는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으면 보통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위로하던가, 아니면 못 믿겠다는 듯 의심스럽다는 눈빛을 지어야 정상인데 코즈메는 비웃는 것도 아닌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 좀 특이하긴 했지만 부정적인 반응은 아닌 것 같아 마음을 놓았다. 연기로 마음이 조금은 넘어온거 같았다.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불쌍하게 입꼬리를 내렸다.

 

코즈메가 아니라, 켄마요.”

 

성이 아닌 이름으로 자신을 부르라고 하는 것을 보니 그 웃음의 의미는 긍정이었다. 완벽하게 넘어온 거 같았다. 자꾸 웃음이 나왔지만 마음을 다잡고 켄마를 바라봤다. 지금은 켄마의 마음을 굳히는 게 더 중요했다. 좀 더 처량해 보이도록 목소리에 힘을 뺐다.

 

그래.. 켄마.. 선생님의 사정을 봐서라도 그 동영상... 지워줄 수 있겠니? 부탁한다.”

 

이 정도면 굳히기까지 끝났다. 고개를 숙이고 다음에 나올 켄마의 지워주겠다는 긍정적인 대답을 기다리며 초조하게 보이도록 손을 만지작거렸다. 곁눈질로 살짝 보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본새가 좀 있으면 영상을 지워줄 거 같았다.

 

그런 사정이 있으셨다니...”

 

넘어왔다!

 

켄마 정말 고마

 

그래도, 그건 선생님 사정이죠.”

 

예상치 못한 반응에 억지로 쥐어짜던 눈물이 쏙 들어갔다.

 

난 두 번 말하는 거 정말 싫어해요. 빨리 옷 벗어요. 속옷까지 전부 다요.”

 

너그럽던 표정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아무런 감정도 없는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말이 아니라 그건.

 

명령.

 

명령이었다. 딱 붙이고 앉아있던 다리도 어느새 거만하게 두 다리를 꼰 채 소파에 몸을 한껏 기대며 핸드폰을 손으로 잡고 흔들었다.

 

벗을래요? 아니면 제가 이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릴까요? 요즘은 인터넷에 올리면 굉장히 빨리 퍼져나가더라요.”

 

진심인 듯 눈을 마주치며 켄마는 말했다. 옷을 벗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옷을 벗지 않으면 켄마는 분명 영상을 인터넷에 올릴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사고가 정지한 머리를 억지로 굴렸다. 머리를 굴리다 보면 아까처럼 이 상황을 모면할 방법이 떠오를 것이다.

 

아까처럼 어쭙잖은 짓 할 생각하지 마요. 선생님 연기 정말 못하니까.”

 

전에 보여줬던 웃음은 비웃음이었다. 왠지 모르게 비참한 마음이 들었다. 나의 속을 뻔히 알고 있는 사람을 속이겠다고 연기를 했으니 켄마의 눈에는 내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을까? 켄마를 속였다고 생각했을 때 느낀 쾌감의 10배에 달하는 창피함이 나를 뒤덮었다.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안 벗을 거면 난 가볼게요. 영상을 올려야 돼서요.”

 

가죽과 천이 마찰하는 소리와 함께 내 앞으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늘이 사라지고 잠겨있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의 경칩이 낡아 문은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모든 게 끝났다. 그 동영상이 퍼지게 된다면 나는 감옥에 가게 될까? 운 좋게 벌금형으로 끝나더라도 다시는 사회적인 활동을 하지 못할게 분명했다. 학교로 돌아갈 수도 취업할 수도 없게 되겠지.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참으면 끝났다.

 

벗을게. 그러니까 제발 인터넷에 올리지는 말아줘.”

 

말이 끝나자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결국 나간 건가. 자존심을 버리고 했던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거 같았다. 허탈한 마음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비참함에 눈물이 다 나올 것만 같았다. 머리 위로 그늘이 드리웠다. 설마 하는 마음에 고개를 들어보니 켄마가 서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켄마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켄마는 손을 뻗어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힘없이 풀어지는 넥타이가 어딘지 모르게 야설적이었다.

 

이제 선생님이 해봐요.”

 

넥타이를 손에 쥔 채 소파에 앉은 켄마는 쿠션에 편히 몸을 기대며 넥타이를 만지작거렸다. 검은색 넥타이가 뱀처럼 켄마의 흰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었다. 딱 한 번만 참자는 마음으로 셔츠의 단추를 풀어나갔다. 최대한 천천히 단추를 풀었지만 7개밖에 되지 않아 푸르는데 걸린 시간은 1분도 되지 못 했다. 셔츠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소매에서 팔을 빼내며 입술을 깨물었다. 찬 공기가 유두에 닿아 젖꼭지가 일어서 가리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켄마는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가리기 위해 손이 올라가면 손때라며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지를 벗기 위해 일어섰다. 내가 일어서자 켄마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밑부분 만은 뒤로 돌아서 갈아입고 싶었지만 켄마는 어디 한번 해보라는 듯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수치심에 잠식돼 죽을 것만 같았다. 차라리 죽는게 더 나을것같았다. 움직이지 않는 손을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벨트를 풀었다. 시간을 벌기 위해 벨트를 풀어 평상시에는 정리하지도 않던 벨트를 원으로 감아 책상 위에 올려놨다.

 

바지의 버클에 손을 대고 한숨을 쉬었다. 바지까지 벗으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책상 위에 올려있던 켄마의 핸드폰에 시선이 갔다. 저 핸드폰만 없애면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된다. 판단이 서자마자 빠르게 핸드폰을 낚아채 상담실에 있는 물병 안으로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핸드폰에서 기포가 올라오며 켜져 있던 화면이 꺼졌다. 마지막 기포가 올라오고 확인을 위해 핸드폰을 꺼내 켜봤지만 켜지지 않았다. 터져 나오는 웃음에 잡고 있던 핸드폰을 켄마쪽으로 던졌다. 켄마의 무릎 위로 힘없이 떨어지는 핸드폰은 더 이상 나에게 협박의 수단이 되지 않았다. 켄마는 완전히 젖은 핸드폰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협박할 동영상도 사라졌는데 켄마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이거 하나 없앤다고 끝난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켄마는 웃으며 가방 속에 들어있던 또 하나의 핸드폰을 꺼냈다. 내가 물에 빠트린 핸드폰보다는 신형으로 보였다. 동영상을 틀어 나에게 보여줬다. 아까 고장 난 핸드폰에도 있던 영상이 내 눈앞에 보였다.

 

이게 진짜 핸드폰이고, 선생님이 고장 낸 건 게임용이에요. 이것도 물에 빠트려봐요. 영상은 노트북에도 있으니까요. 쓸데 없는 짓으로 날 화나게 하지 마요. 선생님.”

 

고개를 비스듬히 꺾어 나를 쳐다봤다. 마지막 남은 희망도 꺾인채 나는 버클을 끌렀다. 지퍼를 내리며 바지를 벗었다. 광이 나도록 엊그제 열심히 닦은 구두를 한쪽에 벗어두고 양말을 벗었다. 마지막 남은 얇은 천을 내리는 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맨발로 바닥에 발을 딛은 채 켄마 앞에 섰다. 도저히 앞에 있는 학생의 얼굴을 쳐다볼 자신이 없어 감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빨리 이 순간이 지나가기 만을 바라며 서있을 뿐이었다.

 

눈 떠요.”

 

수치심에 입술을 깨물며 눈을 떴다. 켄마는 어느새 일어서 나를 올려다봤다. 점점 다가오는 켄마에 뒷걸음치며 뒤로 물러났다. 학생 앞에서 치부를 들어냈다는 생각에 몸이 위축됐다. 뒤에 책상에 걸려 더 이상 뒤로 갈 수가 없었다. 빤히 쳐다보는 켄마의 시선에 다시 눈을 감았다.

 

나의 분신에 닿는 차가운 자극에 감았던 눈을 떠 밑을 내려봤다. 켄마의 손에 가볍게 들려있는 내 분신을 확인하고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 머리를 비우려고 노력했다. 아무리 학생 앞에서 도둑질하는 것도 들키고 알몸도 보여주고 핸드폰을 고장 내는 등의 찌질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고는 해도 학생의 손에 의해 심지어 남자의 손에 의해 발기한 선생은 되고 싶지 않았다. 속으로 애국가를 부르며 슬픈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저번에 봤던 슬픈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며 자극을 이겨내고자 노력했지만 켄마의 손놀림은 점점 대범해졌다. 처음엔 쥐고만 있었는데 점점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자의 손처럼 가는 켄마의 손에 의해 점점 부풀어가는 분신을 외면하며 슬픈 영화를 생각했지만 더 이상 머리는 굴러가지 않았다.

 

엉덩이를 움켜쥐는 켄마의 손에 의해 결국 참지 못하고 아랫배가 당기도록 발기한 채 내 분신은 맑은 액을 흘렸다. 주인의 의사와는 다르게 잔뜩 흥분해 있는 것을 진정시키기 위해 다시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지만 이성의 통제를 받는 걸 거부한 듯 다시 줄어들기를 거부했다. 이미 발기한 녀석을 가릴 수도 녀석에게 완전한 해방감을 줄 수도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손을 뒤로 받치고 책상에 몸을 기댔다.

 

책상 위로 올라가요.”

 

켄마의 말에 반항 한번 하지 못한 채 책상 위로 올라가 앉았다. 발이 땅에 닿지 못한 채 허공에서 흔들렸다. 모아져있던 다리 사이를 벌리고 켄마는 다시 내 분신을 손으로 잡았다. 또다시 느껴지는 차가운 느낌에 신음이 터져 나왔다. 남자의 손에 의해서 신음이 나왔다는 사실에 다시 수치심이 밀려왔다. 수치심에 얼굴이 벌게진 얼굴은 켄마의 손으로 인해 흥분으로 더 붉어졌다. 하얀 정액이 나오는 순간 교생이기는 해도 교사로서의 체면, 권위는 땅으로 떨어졌다. 켄마의 오른손에 잔뜩 묻은 정액을 망연 자실 한 눈으로 쳐다봤다. 결국 학생의 손으로 절정에 이렀고 사정까지 하게 되었다. 이런 꼴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 자살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켄마는 자신의 손에 묻은 하얀 정액을 한번 쳐다보고는 내 얼굴 앞으로 정액이 잔뜩 묻은 손을 내밀었다. 아무리 내 몸에서 나온 거라고 해도 비릿한 정액 냄새에 고개를 돌렸다.

 

깨끗하게 핥아.”

 

절대 할 수 없었다. 내 몸에서 나온 정액을 어떻게 내가 먹는단 말인가. 절대 죽어도 할 수 없었다. 고개를 돌린 채 거부하자 켄마는 내 분신을 다시 강하게 잡았다. 터질듯한 압박감에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니 켄마는 다시 입 앞으로 손은 가져다 놨다. 두 번 말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눈빛과 더 심해지는 압박감에 혀를 내밀었다.

 

할짝

 

혀에 느껴지는 비린 정액의 맛에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속도를 내서 손바닥에 묻은 정액을 닦아냈다. 손이 깨끗해지자 켄마는 잡고 있던 분신에서 손을 떼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어, 쿠로.”

 

 

'[켄쿠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켄쿠로]교생선생(1)  (0) 2016.04.03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