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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 올라운더 전력에 카게히나로 참여했습니다!

주제는 벚꽃입니다!!

(맞춤법 검사 시간이 없어서 오타가 있을 수 있습니다...ㅜ)

"...대학병원 페닥(페이닥터)들은 다 선배처럼 남들보다 빨리 늙어요? 수염도 제대로 난 게 어제 봤을 때 보다 더 아저씨 같네요. 면도는 제대로 하긴 해요?”

 

앞에서 순대국밥을 먹으며 악의 없는 말투로 고등학교 후배가 물었다. 어제보다 다크서클이 더 내려왔어요. 완전 판다네, 판다. 하며 놀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죽이는 후배의 머리를 국밥쪽으로 밀어 넣고 까슬까슬한 턱을 어루만졌다.

 

어제 밤 흉부외과 중환자실에서 코드블루를 쳐서 가보니 상태가 심각했다. 심정지가 온 환자는 어제 폐 손상으로 인한 대수술을 받은 환자였다. 다행히 빠른 CPCR(심폐뇌소생술)로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해 코드클리어 방송을 할 수 있었지만 30분 뒤 다시 온 어레스트로 인해 결국 EKG(심전도 모니터)에 수평선이 그어진 환자에게 사망선고를 내리게 됐다. 흉부외과에 있으면서 응급의학과 의사보다는 아니지만 다른 과보다는 많은 횟수의 사망선고를 내렸다. 수십, 혹은 수백번의 사망선고를 할 때, 그 기분은 말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생각이 많아지기도 하고 반대로는 지우개로 지운 듯 깨끗하게 생각이 없어지기도 한다.

 


처음 사망선고를 했을 때는 운명하셨습니다.’ 이 한마디 입 밖으로 떼기가 힘들었다. 내 첫 사망선고는 인턴 때 응급실에서였다. EKG(심전도 모니터)의 불규칙적인 소리와 기하학적인 그래프가 사라지고 삐-하는 기계음만이 시끄러운 응급실에 울려 퍼졌다. 얄팍한 커튼따위로 분리된 공간은 마치 콘크리트로 벽이 세워진 듯 그 순간만큼은 응급실의 시끄러운 오더소리도, 듣기 싫은 기계음도, 환자들의 헐떡이는 숨소리도.. 다 들리지 않았다. -소리에 당황해 심폐소생술을 멈췄지만 간호사의 다급한 손짓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환자의 어머니는 멍한 눈빛으로 내 두 손이 자신 아들의 가슴 위를 움직이는 걸 바라보셨다.

 

포기하지 않고 매달렸으나 영화와는 달리 현실에선 기적 따윈 일어나지 않았다. 기적은 영화, 드라마에나 있던 일이었다. 여전히 귀에는 멍청한 기계가 내뿜는 날카로 삐-소리가 들려왔다. 간호사는 이제 그만하라는 듯 내 손을 잡아 끌었고, 그날 나는 처음으로 사망선고를 했다.

 

운명하셨습니다.”

 

나의 단 한마디의 선고에 환자의 보호자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기 시작했고 간호사는 식어가는 몸에 붙어있는 기계들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보호자의 어머니는 못 믿겠다는 듯이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피로 범벅이 된 아들의 얼굴을 덜덜 떨리는 손으로 쓰다듬었다. 입으로는 알아들을 수 없는 기괴한 소리를 내며 숨이 끊어진 아들의 얼굴을 매만지고 끌어안았다. 그들이 그렇게 슬픔에 젖어있는 와중에도 응급실은 또 다른 응급환자로 인해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병원의 입장에서 불필요하게 응급실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던 그 베드는 유족들의 슬픔이 채 걷어지기도 전에 빠르게 영안실로 옮겨졌다.

 

처음 내린 사망선고 때문이었을까 내 안색은 눈에 띄게 안 좋았던 걸로 기억된다. 눈치가 빨랐던 응급의학과 전공의 다이치선배는 처음은 다 그런 거라며 나를 위로했다. 쉬고 오라고 밀려들어오는 환자들이 가득한 응급실 밖으로 나를 떠밀었다. 지금 잠깐 자신이 쉰다면 응급실의 다른 식구들은 더 바쁘게 몸을 놀려야 할 것이다. 그런 생각에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을 억지로 옮기며 병원 산책로 구석에 위치한 벤치에 앉았다. 멍하니 앉아 있던 내 머리를 건드리는 손짓이 느껴졌다. 내 머리를 건든 여자는 울었던 건지 눈 밑이 빨갰고 소매가 젖어있었다. 아까 사망한 환자의 동생이었다.

 

“…괜찮아요?”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간신히 떼며 내가 첫번째로 사망선고를 내린 환자의 동생에게 말을 건냈다. 약간 잠긴 목소리에 당황해 몇 번 헛기침을 해댔다.

 

오빠는요? 괜찮아?”

 

괜찮냐고 묻는 내 물음에 환자의 동생는 되물었다. 너는 괜찮냐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듯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환자 동생의 얼굴을 보니 나도 응급실에서부터 꾹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번 터지자 미친 듯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은 그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빨리 진정하고 응급실로 돌아가야 한다. 괜찮다, 괜찮다 아무리 속으로 되뇌여도.

 

괜찮지 않다.

 

괜찮지가 않다.

 

벚꽃....같이 보러 가기로 했는데...”

 

그가 죽은 날 나는 병원벤치에서 혼자, 바람결에 흐드러지는 벚꽃비를 맞았다. 바쁜 인턴생활 때문에 저번 주에 가기로 했던 벚꽃놀이는 내일로 미뤄졌었다. 꼭 이번 벚꽃은 같이 볼 거라며 아이처럼 방방 뛰어대던 히나타가 아직도 눈앞에 선연하다. 손수건을 찾아 찔러 넣은 가운 주머니에는 걸리적 거려 평상시에 끼지 않던 커플링이 들어있었다. 차가운 반지의 촉감에 다시 눈물이 흘렀다.

 

처음 맞춘 커플링을 받아들고 같이 사진을 찍자며 달려들던 모습, 반지를 왜 안끼냐며 볼을 부풀리고 투정하던 모습.

 

하도 많이 끼고 다녀서 도금이 벗겨진 히나타의 반지와는 달리 주머니 속 반지는 생활감 없이 흠집 하나 나지 않아 처음의 반짝임을 간직하고 있었다. 히나타의 동생이 주고 간 도금이 벗겨진 반지는 피로 얼룩져 있었다. 피로 얼룩진 반지가 히나타라도 된 양 끌어안고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나의 첫 사망선고는 2년을 넘게 만났던 내 애인이었다. 그날 나는 홀로 벚꽃이 떨어지는 병원 벤치 아래에서 소리 죽여 울었다.

 




선배? 선배! 무슨 생각해요? 밥도 다 흘리고... 병원일 많이 힘듣어요?“

 

걱정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는 후배의 얼굴을 멍하니 한번 보고는 3년동안 매일 그렇게 혼자 기계적으로 되뇌이던 말을 입밖으로 꺼냈다.

 

, 괜찮아. 아무일도 아니야.”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냥... 옛날일이 생각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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